[초점] CANVAS 임상 결과로 항당뇨병 약제-골절률 연구 촉발
국내 연구진도 고위험군 연구 동참…"SGLT-2i 위험도 40% 높여"
국내외 주요 당뇨병, 내분비 계열 학회들이 항당뇨병 약제들 중 SGLT-2i 및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A)의 우선 순위를 높이면서 되레 골절 관련 연구도 활성화되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서 골 건강이 악화되고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관한 기전과 위험인자를 찾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새로 추가된 약들의 이득과 위해를 가리겠다는 것.
SGLT-2i 계열 카나글리플로진을 사용한 CANVAS 임상시험에서 골절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나온 데 이어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 작용제(GLP-1 RA) 사용이 보다 대중화되면서 그에 따른 효과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약제의 경우 체중 감소 폭이 15%에 달해 골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항당뇨병 약제의 조합이나 약물 개수에 따라 위험도가 크게 변한다는 점도 연구 활성화의 배경이 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항당뇨병 약제 관련 주요 연구 결과 및 이에 대한 전문가의 해석을 정리했다.
■골절 위험에 취약한 당뇨병 환자…약제에도 영향권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골밀도가 정상보다 높거나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인슐린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되면서 골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어 제2형 당뇨병은 종종 비만과 연관이 있으며, 체중이 골에 가해지는 하중을 증가시켜 골밀도를 높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골밀도가 증가하더라도 골의 질이 떨어지고 당뇨병성 미세혈관 합병증과 같은 요인은 골내 구조의 변형과 취약성을 야기할 수 있어 골밀도 상승이 실질적인 골절 위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
낙상 위험이 높고, 골질이 불량해 골절이 발생하면 회복이 어려울 수 있는데 이러한 위험은 약제 선택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한 대한내분비학회도 대사성골질환연구회 세션을 마련, 당뇨병에서 전반적인 골대사의 변화, 항당뇨병제인 SGLT2 억제제와 GLP-1 수용체작용제가 골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의 당뇨병과 골대사 문제를 집중 조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논란에 불을 붙인 건 SGLT-2i 계열 카나글리프로진 성분을 대상으로 한 CANVAS(Canagliflozin Cardiovascular Assessment Study) 임상연구 중 골절 위험도에 대한 하위 분석 결과가 공개되면서부터.
CANVAS 연구에서 카나글리플로진을 복용한 환자군은 위약군에 비해 골절 위험이 26% 높게 나타났고(HR 1.26) 특히 고관절과 같은 주요 부위의 골절 위험이 두드러졌다.
이후 다른 SGLT-2i 성분으로 진행된 DECLARE-TIMI58 연구에선 위험도의 약 4% 증가, DAPA-HF에서 위약군과 진약군 모두 2.1%의 위험 증가, EMPA-REG OUTCOME에선 엠파글리플로진의 위험도는 위약군과 동일한 수준으로 3.9% 증가가 관찰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용인세브란스병원 김경민 내분비내과 교수는 "CANVAS 결과 이후 카나글리플로진에 다양한 항당뇨병약제 성분 조합별 위험도를 살핀 연구나 기타 항당뇨병약제의 위험도를 분석한 연구가 줄 이었다"며 "아쉽게도 주요 결과를 골절률이나 골밀도를 타깃으로 삼은 연구는 없고 후향적 분석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얼월드 에비던스 데이터를 보면 DPP-4i와 SGLT-2i 비교시 골절 위험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며 "문제는 이런 네거티브한 결과들을 내놓은 연구가 주로 짧게는 2년, 길어도 5년 정도 관찰을 했고 평균 연령 40대를 포함해 고위험군인 65세 이상 여성 참가자의 비율이 적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골절 위험이 65세 이상 여성 인구에서 급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항당뇨병 약제의 위험도 판별을 위해서는 고위험군의 선별 및 이에 대한 장기간 관찰을 주요 연구 목표로 설정해 진행할 필요하다는 것.
■국내 데이터 분석에서 나타난 SGLT-2i 위험도 증가…"고위험군서 주의보"
이와관련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승현 내분비내과 교수 등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SGLT-2i 사용과 노년 여성의 골다공증 골절 위험의 연관성 코호트 연구를 진행, Diabetes Research and Clinical Practice에 올해 발표한 바 있다(DOI: 10.1016/j.diabres.2024.111712).
연구는 골절 고위험군에서의 SGLT-2i 사용 관련 골절 위험에 대한 데이터가 제한적이라는 점에 착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2013~2020년)를 사용해 분석에 착수했다.
제2형 당뇨병을 진단받은 후 항당뇨병 약제로 SGLT-2i를 새로 추가한 대상자에서의 골절 발생 위험도를 조사했다.
총 1333명의 SGLT-2i 사용자와 2626명의 비 SGLT-2i 사용자를 1:2 비율로 성향 매칭해 분석한 결과 후속 조치 기간 동안 SGLT-2i 사용자의 척추 골절 발생률은 비 사용군 대비 약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1000명당 발생 건수 19.2 대 13.8).
공동연구 저자인 용인세브란스병원 김경민 내분비내과 교수는 "해당 환자들은 고령층이 많았기 때문에 50%는 이미 골다공증을 진단받았고 과거 골절력도 13% 있는 고위험군이었다"며 "투약 2년 시점부터 통계학적으로 위험도의 차이가 그래프상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제2형 당뇨병이 있는 고령 여성의 경우 SGLT-2i 사용은 비 사용자 대비 척추 골절 위험이 4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따라서 척추 골절 위험이 높은 고령 여성에게는 SGLT-2i를 신중히 처방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GLP-1 RA 사용 늘어나는데 괜찮을까? "성분별 차이"
GLP-1 RA는 당초 항당뇨병 약제로 개발됐지만 이후 비만약으로 재탄생한 바 있다. 삭센다 성분인 리라글루타이드,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모두 GLP-1 RA 계열 약제다.
GLP-1 RA는 체중 감소를 유발하지만 골밀도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일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GLP-1 작용제가 골밀도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증가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여러 메타 분석 및 개별 임상 연구에서는 GLP-1 RA가 골절 위험을 유의미하게 증가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기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부족해 추가적인 조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리라글루타이드 26주 관찰 연구에서는 체중 감소에도 불구하고 위약 대비 골밀도의 유지가 관찰됐고, 52주 연구에선 12kg의 체중 감소 이후에도 16%의 골형성 증가가 관찰됐다.
GLP-1 RA의 기전 자체는 골밀도 보호 효과를 가지지만 문제는 급격한 체중 감소가 일어났을 경우다.
기계적 하중 감소와 영양소 부족, 호르몬 변화, 근육량 감소 등이 겹쳐 오히려 골절 위험에선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한 제2형 당뇨병 환자 5000명에서 체중 감량의 효과를 살핀 대규모 임상시험 LooK Ahead(Action for Health in Diabetes) 연구에선 이같은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바 있다.
체중 감소를 이뤄낸 중재 개입군에서 12~13년간 장기간 관찰한 결과 비개입군 대비 골절 위험이 39% 증가한 것.
최근 위고비로 잘 알려진 강력한 효과의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비만약이 국내 출시되면서 골절 위험성에 대한 관심이 재차 불붙는 분위기다.
김경민 교수는 "리라글루타이드보다 세마글루타이드의 체중 감소 효과가 약 2배에 달하기 때문에 GLP-1 RA의 기전상 골밀도 보호효과가 과도한 체중 감소로 인해 상쇄될 수 있다"며 "52주 위약과 세마글루타이드의 골밀도를 비교한 결과 요추 ETD 값이 세마글루타이드 투약군에서 2.05%, 전체 대퇴골 ETD도 2.59%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관심도를 반영하듯 현재 경구 제형 세마글루타이드의 골교체율(bone turnover)에 미치는 영향을 살피는 임상이 해외에서 2건이 진행되고 있다"며 "GLP-1 RA 자체는 뼈 건강에 중립적이거나 다소 보호 효과를 가질 수 있지만 과도한 체중 감소가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처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