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KAMC 입장문 내고 협의체 불참 결정…합의점 못 찾아
2025년 의대 증원 못 물러난다는 정부…여당도 "수용 어려워"
여의정 협의체가 출범 20일 만에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가장 중요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이 입시 문제로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여의정 협의체 참여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입시 일정이 진행되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 의정 사태 해결의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지만, 정부는 어떠한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정부·여당은 의료계가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비난했지만, 정작 한 치도 물러나지 않은 것은 정부라는 것. 이에 의학회와 KAMC는 지난주 회의 이후 정부의 성의 있는 태도 변화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여당을 향해선 의료현실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정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거나 중재에 나서지 않아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고 꼬집었다.
야당 역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며 의정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을 비난하는 모습을 보면 야당이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다만 의학회·KAMC는 더 이상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국민과 환자 곁을 지키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추진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여야 역시 말뿐이 아닌,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국민을 위한 해결책 마련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의학회·KAMC는 "협의 노력도 하지 않고 방관하는 것은 전문가의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라 판단했기에, 최선을 다해 정부의 합리적인 정책변화를 호소했다"며 "그러나, 더 이상의 협의는 의미가 없으며, 정부와 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참담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는 미래 세대를 위한 의학 교육의 현장이 붕괴했으며, 수련병원의 진료 공백으로 인해 중증·필수진료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호소했다"며 "사상 초유의 의료시스템 붕괴가 목전에 이르렀다는 절박함을 전했다. 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은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의료계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2026학년도 정원은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회에서 논의하자는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25학년도 입학 정원과 관련해 현재 입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부가 혼란을 초래하는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은 수험생을 비롯한 교육 현장에 막대한 부담을 주기 때문에 불가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의료계 요구는 현실적으로 수용이 어려웠다며 당분간 공식적으로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휴지기 동안에도 정부·여당은 의료계와의 대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합의된 회의 재개 날짜는 없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은 지난 1일 협의체 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2025년도 의대 정원 변경을 지속해 요청했지만,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참으로 어려운 요구였다"며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협의체 대표들은 당분간 공식적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