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변호사(법무법인 문장)

[메디칼타임즈=정재훈 변호사]의료기관 운영 과정에서 시설 관련 규정은 상대적으로 부수적인 문제로 취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등 관련 법령상의 중대한 위반 사유로 인정되어 업무정지, 과징금, 환수처분 등의 행정처분으로 이어지면서, 의료기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 최근 병원의 입원실을 확장하면서 건축법상 용도변경을 하지 않아 과징금과 환수처분이 인정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의료기관이 건축법상 의료시설로 사용이 허용되지 않은 공간에 입원실을 설치하고, 필요한 입원실 변경허가 없이 병상을 운영하면서 건강보험 요양급여를 청구한 사안이다.
이에 대해서 과징금처분 및 환수처분이 내려졌는데, 의료기관 측은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실제 환자가 입원하여 진료를 받았고 의료행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됐다는 사실만으로 건강보험 급여의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건강보험 제도는 적법하게 개설되고 적법하게 운영되는 의료기관을 전제로 작동하는 공적 보험체계인 만큼, 법령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시설에서 제공된 입원진료에 대해서는 급여비 지급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행위의 실질성과 별개로 의료서비스 제공 환경의 적법성 역시 건강보험 급여체계의 중요한 구성요소인 것이다.
의료기관은 병상 수요 증가, 공간 효율화, 진료범위 확대 등의 이유로 내부 공간을 재배치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건축법상 용도와 일치하는지, 의료법상 변경허가 대상인지, 허가도면과 실제 운영상태가 일치하는지에 대한 검토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러한 하자가 장기간 방치될 경우다. 수년 동안 운영된 병상에 대한 입원료가 누적되어 환수 대상이 된다면 그 규모는 병원의 존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료기관을 둘러싼 규제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특히 병상 운영이 수익구조의 핵심인 요양병원, 재활병원, 정신의료기관의 경우 시설기준 관련 리스크는 곧바로 경영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 이제 시설관리는 단순히 총무부서나 시설팀의 업무가 아니다.
최고경영자와 병원 경영진이 직접 관심을 가져야 할 컴플라이언스 영역으로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정기적인 시설 적법성 점검, 허가도면과 운영현황 비교, 건축물 용도 검토, 병상 변경 관련 행정절차 확인 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경영관리 활동이 되고 있다.
의료기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시설 관련 분쟁은 의도적인 위법행위보다 법령 해석의 오해나 절차 누락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행정법 영역에서는 고의 또는 과실이 없다고 해서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판결은 의료기관이 시설기준 준수를 단순한 형식적 요건이 아니라 건강보험 급여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해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병상 운영과 관련된 공간 변경은 건축법, 의료법, 소방법, 건강보험 관련 규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영역인 만큼 사전 검토와 예방적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결국 의료기관 경영에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선택은 문제가 발생한 후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사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