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신약-제네릭' 개발 기능분화 필요"

박진규
발행날짜: 2008-11-05 06:44:32
  • 이형기 미국 UCSF 임상약리학교실 교수 특별인터뷰

제약사의 기능분리를 강조하는 이형기 교수.
이형기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UCSF) 임상약리학교실 교수는 "신약과 제네릭을 모두 개발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와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하는 회사로 기능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대 의약품 산업의학 고위과정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이 교수는 4일 한올제약 회의실에서 메디칼타임즈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한미 FTA 협정 체결 등 시장개방 물결에 따라 국내 제약기업이 나가야 할 방향은….

"국내 제약사의 영역별 재편이 필요하다. 지금은 신약개발과 제네릭 개발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약 개발과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을 개발하는 회사로 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제네릭은 투자에 비해 과도한 가격을 받고 있다. 퍼스트 제네릭에 대해 오리지널 대비 80%를 주는 것은 타당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정부가 고가 정책을 쓰는 것은 국내 제약사들에게 신약개발 역량을 축적하라는 배려에 따른 것이지만, 그 결과는 비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자금줄이 된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국내 제약사의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화를 주문하고 있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 현재 미국에는 인도와 이스라엘 제약사가 진출해 잘 성장하고 있다. 인도는 정부가 나서 제약산업을 후원하고 육성하고 있다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IT 산업도 비슷한 경우다. 또 국내 제약사 가운데 SK생명과학 등이 미국에 지사 혹은 연구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약기업들은 정부가 제네릭에 대해 고가의 약값을 보장해주고, 이익도 많이 남기 때문에 굳이 해외에 나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이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수년전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2004년 FDA vs 식약청이라는 저서를 냈다. 식약청이 많이 바뀌었다고 보는가.

"식약청에 대한 애정 때문에 책을 냈다. 일을 다르게 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제시한 것이다. 벌써 4년이 지났는데, 식약청은 확실히 달라졌다.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것은 전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전문인력 확보, 각종 규제 개선,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표절 사태때 '황우석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지금도 황우석 교수가 잘못됐다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는가.

"당시 나는 제널스 섀튼 교수와 같은 피츠버그에 있었다. 그래서 나를 '양키의 개'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번은 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경북대병원에 갔다가 황우석 지지자들에게 둘러 쌓여 4시간동안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아닌건 아닌것이다. 나는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 임상시험 능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을 정도로 매우 높다. 그러나 임상시험센터가 너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지역별로 임상센터를 짓고 있지만 균형발전보다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고 본다. 또 중요한 것은 시설보다 인력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시설 부문에만 과잉투자를 하고 있다. 인력과 노하우가 잘 조직되어야만 가장 효과적으로 의약품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한올제약의 미국 현지법인인 한올제약인터내셔널(HPI)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회사의 장래성을 평가한다면.

"이 회사는 매출 800억 원대의 중소기업이지만 생각이 젊고 연구인력도 젊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시장에서의 어려움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이 회사의 연구개발 방향이 매우 바람직하다. 국내 제약사들이 대부분 신물질 신약에만 매달려 있는데 이 회사는 신물질 개발에 앞서 남들이 눈여겨 보지는 않지만 현재의 기술력으로 개발할 수 있는 부분부터 시작했다. 그런게 현실적인 면이다. 몰론 장기적으로 신물질 개발에 나서야겠지만 현실 상황에서 가장 크게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신제법, 신조합, 신적응증도 명백한 신약이다. 미국의 경우도 신물질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는 10여개에 불과하다."

-미국으로 건너간지 꽤 오래됐다. 한국에 돌아올 생각은 없는가.

"있다.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내에 돌아와 해보고 싶은 일이 많다. 그러나 가족과 합의가 필요하고,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한국에 돌아와 살 집을 구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웃음)."

-마음속에 담고 있는 원칙은 무엇인가.

"정직성과 솔직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는 자신이 잘하는일 보다는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편하지만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지금도 그것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귀국 등 중요한 결정을 하려 할 때 그것이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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