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협 복지부에 ‘팽’ 당하나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4-03-22 06:14:30
대한병원협회(회장 김광태)가 의료기관 서비스평가를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와 일전 불사를 다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병협은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이른바 ‘8ㆍ27 합의안’을 이행하라며 강하게 성토하고 나섰다.

병협은 김화중 장관의 약속을 믿고 평가문항 개발 등 사전 준비작업을 하며 복지부의 ‘위탁공문’만 도착하기를 기다렸으나 실상은 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핵심 업무를 담당하고 평가단의 교육, 현지평가 실시 등 ‘허드렛일’은 병협 몫으로 분류됐다며 ‘팽당했다’는 불만이 팽배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8월 병협은 복지부의 질병군별포괄수가제(DRG) 전면 시행 방침에 반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의료기관서비스평가제의 위탁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복지부로부터 약속 받는 이른바 ‘빅딜’에 합의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나돌았다.

이에 따라 병협은 의료계로부터 제 잇속만 챙기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혔으며 김화중 장관은 시민단체로부터 거센 사퇴 압력에 직면해야 했다.

시민단체는 병협의 의료기관서비스평가 위탁에 대해 “평가의 대상이 되는 병원이 주체가 되어버린 꼴로 복지부 장관이 병원협회에 순순히 내준 것이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고 비난했다.

현재 중소병원장들이 집행부 중심을 구성하고 있는 병협의 입장에서는 DRG시행에 대한의사협회처럼 결사 반대하고 나설 이유가 없었으며 의료기관서비스평가제에 대한 실제적인 권한을 따내는 것이 오히려 협회의 권한을 늘리는 호기로 판단했다가 이제와서 ‘팽’ 당할 위기에 처하자 복지부에 약속을 지키라며 주먹을 을러대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 김화중 장관으로서는 DRG 전면 시행에 대해 의료계가 거세게 반대하고 나오자 병협이 의료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해서라도 최소한 드러내놓고 찬성은 아니라도 유보 입장을 끌어내기 위해 ‘의료기관서비스평가제’라는 당근으로 이른바 ‘빅딜’을 이끌어내는 정치수완을 발휘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의료기관서비스평가제 시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병협과 복지부의 한심한 작태를 보며 ‘빅딜’로 표현되는 일시 모면을 위한 무원칙주의가 서로에게 어떠한 결과를 불러오는 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의료기관서비스평가제는 정당한 기준에 의한 객관적인 평가 결과 분석으로 의료기관서비스평가 본래의 목적에 충실히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과오에 대한 사죄와 함께 원칙에 충실히 돌아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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