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구구식 야간진료 시범사업

박진규
발행날짜: 2004-03-25 06:20:58
최근 복지부가 이달부터 전국 15개 보건소에서 야간진료 시범사업을 벌이기로 하고 참여를 희망하는 보건소 신청을 받고 있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보건소에 4명의 야간진료 전담인력을 배치해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야간진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의 야간 의료이용 불편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였지만 지자체로부터 외면당하며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내년 예정인 야간진료 서비스 확대 실시 계획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어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 야간진료 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면서 복지부가 인력충원 계획만 수립했을 뿐 그에 따른 인건비 등 재정지원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야간의료 수요에 대한 분석도 불충분 했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력 충원 문제는 행자부와 협의를 통해 해결 가능하지만, 예산 문제는 정부 예산에서 지원이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비용부담은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자체 중에서 재정자립도가 높은 곳은 불과 한 두개 시도에 불과한 실정이라는 점과 올 초부터 야간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서초구 보건소의 야간진료 환자가 하루 3~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았어야 했다.

특히 대부분의 지자체가 IMF 때 보건인력을 감원한 후 충원하지 않아 '아랫돌 빼서 윗돌 괼' 만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간과했다.

한 시관계자는 “지역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야간진료 시범사업을 결정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보건소를 선정해 통보해야 하는 입장에서 구청장들을 설득하느라 죽을 맛”이라는 입장이다.

다른 시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지자체 사정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도지시역의 경우 야간 응급의료기관이 충분하고, 24시간 진료하는 의원도 많아 수요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탁상행정을 비난했다.

복지부는 보건소 야간진료 서비스를 섣불리 시행해 지자체의 부담을 가중시키기 보다는 먼저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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