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100분의 100’

이창열
발행날짜: 2004-11-29 07:09:33
산부인과의사가 보험급여에 해당되는 무통분만 진료비를 보험으로 하지 않고 임의로 환자들 호주머니 돈을 받았다고 하여 상당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최영렬)는 억울한 분기를 참으면서 급기야 시술 중단 선언을 했고 여기에 대해 언론 및 시민단체 등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통 분만 시술은 경막외 마취 시술을 이용하여 진통 중인 산모의 통증을 경감하는 시술로 이 시술을 받은 산모는 진통으로 인한 통증이 매우 경감되거나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되어 자연분만의 전 과정을 통증의 공포 없이 견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통증의 공포감으로 인해 제왕절개술을 요구하는 산모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시술은 마취과 전문의가 하며 그 비용은 의료기관 또는 규모에 따라 다르나 대략 12-15만 원 정도로 산모 본인이 전액 자비 부담해온 시술이다.

무통분만 시술은 신화시대 이브 이후로 여성의 천형인 출산의 고통을 과학의 힘이 극복한 것은 물론 사회 윤리 잣대로 죄악시되어온 제왕절개까지 줄일 수 있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신언항)에 따르면 무통분만 진료비와 관련 지난 주 인터넷 카페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1주일여 동안 3천여건의 민원이 폭주했다. 심평원 담당 부서 직원들은 무통 소리만 들어도 두통이 생길 정도라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건강보험재정 곳간이 부실하여 보장할 수는 없으나 의사들이 임의 비급여로 환자들 호주머니 돈 빼는 것 만큼은 ‘이따끔 때때로’ 철퇴를 내릴 수 있는 구실을 잡기 위해서도 ‘100분의 100’이라는 천덕꾸러기 급여 형태가 밉지만은 않을 것이다.

환자들에게 ‘100분의 100’ 전액 부담은 건강보험 적용으로 당장 실비로 지원 받는 것은 아니지만 장차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희망사항이면서 동시에 의사들에게는 진료비를 임의로 받지 말것을 경고하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산모들의 입장에서도 체감 보험료 부담에 비해 ‘100분의 100’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보험제도일 것이다. 보험이라고는 하는데 전액 자비 부담을 하는 보험같지 않은 보험이니 말이다.

이 지점에서 산모와 산부인과 의사는 공통의 의문을 갖고 정부에 물음표를 던질 것이다. ‘100분의 100 정말 보험 급여 맞습니까?’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물음에 ‘그래 100분의 100 보험급여 맞다’라고 당당하게 답하기에는 왠지 쑥스럽고 낯 간지럽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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