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에 해를 끼치는 개정 의료법

안용항
발행날짜: 2007-01-31 08:57:04
  • 안용항(의료와사회 포럼 정책위원)

다수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면허는 자동차 면허일 것이다. 그 외 면허에는 변호사 면허도 있고 회계사 면허도 있다. 의사 면허도 그 가운데 한 가지이다. 면허는 국가가 관리한다. 물론 국가는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한다. 따라서 면허는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제도적 장치이다.

자동차 면허를 생각해 보자. 자동차 면허는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운전을 할 경우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면허라는 제도를 통해서 아무나 운전할 수 없게 ‘제한’시키는 것이다. 변호사 면허도 마찬가지다. 능력도 없는 사람에게 변호를 맡기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의사 면허도 그러하다. 질병을 진단할 능력도 없는 사람에게 질병을 치료하게 하면 국민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의사 면허는 질병 진단과 치료에 관한 면허이다. 의사 면허로 변호사의 일을 할 수 없다. 간호사에게 의사 면허를 줄 수 있을까? 간호사에게는 간호사의 면허가 주어져야 한다. 간호사가 의사의 일을 하고자 한다면 의사 면허를 획득하면 된다. 간호사 면허로 의사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은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다. 즉 원동기 면허가 허용된 사람이 자동차를 몰겠다는 이야기 인 것이다. 이런 우스운 이야기가 개정 의료법에 명시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한국의료법이 역사적 퇴보를 한다는 이야기이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개정의료법에 ‘간호진단’이란 용어가 등장한다. 진단이란 단어에 간호가 붙어서 간호사도 진단을 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질병의 ‘진단’이란 단어는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만이 할 수 있게 의사 면허에서 제한시킨 것이다. 위에서 언급 된 것처럼 진단권의 제한은 무분별한 질병 진단의 피해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간호진단 외에도 122조의 ‘유사의료행위’를 허용 하겠다는 내용도 나온다. 이것은 간호진단보다 더욱 악화된 개정 의료법 조항이다. 이것은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의 위험은 상관없이 여러 사람들에게 의사처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특혜를 주겠다는 이야기이다. 의과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의사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의사 노릇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한마디로 탈전문화(deprofessionalization)라고 말할 수 있다.

개정 의료법과 관련하여 신현호 변호사가 29일 저녁 MBC FM 95.9 MHz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나눈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욱 충격적이다. 대충 이런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의사의 진료독점권이 너무 강해서... 환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 때문에 2000년도에 의약분업 반대 시 병원 문을 닫아서 환자들이 치유를 제대로 못 받는 그런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의사 이외에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접골사, 침구사, 문신시술자, 카이로프랙틱 시술자 등... 유사의료업자들도... 개업을 해서 환자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의료접근권을 보장해 주어야 합니다...”

진료의 독점권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면허라는 제도로 진료를 제한시키는 것에서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신변호사의 이야기는 간호사나 물리치료사, 접골사, 침구사, 문신시술자, 카이로프랙틱 시술자 등 유사의료업사들을 위해서 국민들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인 것이다. 의사들이 전부 문을 닫는 것과 같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를 하여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도 의사처럼 진료할 수 있게 허용하자는 이야기를 함으로 정말 중요한 국민 건강을 간과하는 커다란 실수를 하고 만 것이다. 한마디로 침소봉대라는 표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들이 전부 문을 닫을 것에 대비한다면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을 많이 세워서 해결하는 것이 국민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정리를 하면, 의료법의 목적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에 있다. 그렇다면 개정 의료법은 의사가 되는 과정인 의학교육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생각하여 진료를 아무나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의사들에게 진료를 독점시킨다고 환자들의 선택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환자들은 수많은 의사들이나 병의원들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자의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들을 풀어서 병의원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올바른 의료법 개정 방향일 것이다. 간호사를 비롯한 모든 유사의료업자들이 질병 진단을 하고 싶다면 적절한 의학 교육을 거친 후에 의사면허를 취득하면 된다. 그런 후에 간호를 하든지 물리치료를 하든지 접골을 하든지 하면 신변호사가 말하는 환자의 의료접근권이 더욱 잘 보호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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