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실체없는 과대포장…명분도 논리도 없다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4-07-01 06:15:26
  • 김홍식 부산광역시의사회 총무이사

지난 6월22일 보건복지부는 한의학계와 약계의 합의를 근거로 약대 6년제를 추진한다고 발표하였고 교육인적자원부에 의견서를 보낸다고 하였다. 1992년,1996년,2002년,2003년 네 차례에 걸쳐 약대6년제가 공론화된바 있어 이번 발표를 포함하면 벌써 다섯 번째로 약대 6년제 개편이 추진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한번이라도 보건복지부가 왜 약대를 6년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명분이나 논리를 발표한 적이 없다는 것에 주목한다.

현행제도를 변경할 때는 그 변화로 인해 이 사회가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고 그 변화로써 파생할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는지 에 대하여 충분히 검토하는 과정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과정 어디에도 그런 노력을 한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나는 이글에서 약대 6년제의 도입으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약대 6년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야한다는 점을 밝히는 바이다.

첫째, 약대 6년제는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다.
만약 약대 교육과정을 6년제로 바꾼다면 무엇이 좋아할 것인가? 2007년부터 약대교육과정(Curriculum)이 바뀜으로 약대 교수들의 자리수가 늘어나게 되고 등록금수입이 늘어나니 전국 20개 약대의 교수들과 대학당국들은 좋아할 것이다.

기존약사들도 2년간 약사가 배출되지 않고 6년간 수학한 후배 덕택에 일반 4년제 대학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게 되니 역시 좋을 것이다.

그러나 6년제로 학제를 개편해도 약학과‧제약학과 할 것 없이 졸업하면 바로 약국으로 몰려가는 잘못된 직능 활용에는 변화가 없어, 우리나라 제약 산업의 후진성에 책임 있는 약대생의 그릇된 사회진출을 개선하기도 어렵고, 의약분업의 감시기능 미비로 발생하는 약사들의 불법조제도 막을 수 없으므로 약대 6년제를 추진해봐야 결국 일부 약사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지 사회적으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둘째, 의료계와의 합의가 없었다.
의학과 약학은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약대 6년제 추진에 의료계의 합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약사는 의료를 다루지 않으니 의학교육에 간섭할 필요가 없겠지만 의사는 약을 처방하고 다룰 수밖에 없는 직능이라 약대의 교육내용에 대해 간섭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대의 교육제도 변경에 대해 한의학계하고만 합의를 한 것은 현실성이 없는 합의로 의료가 받아드리기 어려울 것이다.

셋째, 보건복지부가 약대 6년제 추진에 대한 명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런 상황에 보건복지부가 의료계를 배제한 채 약계의 요구를 수용해 주려고 노력하며 의‧약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정책 개발에 있어서 사회적인 이점을 우선 고려하고, 국민들에게 과연 어떤 혜택이 돌아갈 것인지, 사회적인 부담은 없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는 간과한 채 이익집단 챙기기에 급급하니 박수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약대 6년제를 추진하려면 먼저 지금 교육과정보다 2년의 추가기간이 왜 필요한지 규명하고 그 후에 추가되는 기간동안 무엇을 교육하려는지 교육내용을 확정한 후에 의료계와의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

의료계도 약계가 자신의 고유한 업무에 내실을 기하기 위해 공부를 더 하겠다면 6년제에 대해 절대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약계는 자신들의 고유한 학문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순수한 목적으로 6년제로 하겠다하는 것이 진실이라면 의료계의 요구가 부담스러울 필요조차 없다.

넷째, 약대 6년제 도입 의도를 신뢰할 수 없다.
의사들이 약대 6년제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약사들과 행정부에 대해 불신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약사들의 불법의료행위와 불법조제로 인해 의사들은 지금도 환자 치료와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약계를 불신하고, 이런 불법을 방치하며 일방적으로 약계를 두둔하는 보건복지부도 같이 불신한다.

그리고 의약분업으로 초래될 재정파탄에 대해 의사들이 수차례 경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돈이 적게 드는 제도라고 국민들을 속인 정권의 나태함도 의사들은 불신한다. 의사들은 의약분업을 하자고 스스로 나섰던 약사들이 아무거리낌 없이 분업을 어기고 불법조제를 해대는 현실을 보면서 약계가 약대 6년제를 도입하려하는 의도가 소위 “임상약사제”로 실질적인 의료행위를 하겠다는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약대 6년제를 환영하는 병원약사회의 성명에서도 임상약학 교육으로의 개편과 실무교육을 강조하였듯이 약대 6년제를 기화로 의료에 개입해 보려는 약계의 의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하여 약대 6년제 개편에 대해 의과대학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선배의사들의 권유가 아닌 학생회 자체 명분으로 반대하는 것인데, 의대생들이 의료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자칫 전 의료계의 대정부 성토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약계는 약대의 Curriculum을 6년제로 하여 의사들에 대한 열등의식을 없애는 부가적인 효과도 생각한 듯하다. 의과대학 6년 과정은 그야말로 최소한의 과정이고 수련의 5년과 전임의 3년에 군대 3년까지 전문 의료에 종사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의사가 되기 위한 의과대학 6년 교육에 약대 6년으로 키 높이를 맞춘들 그것은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을 알아야한다.

약사들이 의약분업으로 인해 의사와 동등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점에 대해서는 의사이지만 시비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단지 대학과정을 6년으로 하고 의약분업에서 의사의 처방전을 처리한다고 약사 직능이 의사와 동등해 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약대의 본질은 약물에 대한 연구이다.

많은 약대생들이 약국으로 몰려가서 돈벌이에 급급하며 약의 연구나 제약연구에 등을 돌린 현실은 약사 스스로를 약장사로 격하하는 꼴과 다름이 아니다. 억지로 한약조제를 빼앗아오고, 처방 조제료에 욕심을 부리며, 슈퍼상인들로부터 OTC를 빼앗아 독식하는 행동으로 스스로 약장사가 되려하고 돈벌이에 급급한 결과 오늘날의 불신을 자초한 것이다.

한때 이 사회에서는 의사가 귀하다고, 환자들이 약사에게 찾아가 처방전도 없이 약을 지어먹는 불법의료가 범람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의 악습이 의사가 넘쳐나는 지금에도 아직 남아 약사들이 환자에게 의사처방도 없이 약을 마음대로 주려는 악습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약사들은 전문적이지 못한 의료행위를 중단하고 약의 전문가로 거듭날 때 비로소 이 사회에서 약의 전문직능인으로 대접받는 다는 것을 잘 알아야한다. 약사는 엄밀하게 약의 전문가이지 조제의 전문가가 아니다. 약제를 배합하는 것은 의사가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것이고 질병을 진단하고 그 질병에 맞는 약제를 선택하는 것도 의사의 전문분야이다.

의사의 처방전에 대한 조제에만 매달리는 약사들에게 의사의 처방전을 해석할줄 아는 것 이상의 교육이 필요할까? 그 이상의 교육은 불필요한 사회적 부담을 추가로 지우는 것으로 일종의 사회적인 낭비이다. 2년간 더 공부한다고 의사의 처방전을 분석할 능력이 생길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약의 연구나 제약분야에서 전문적인 연구를 하려는 전문인으로써의 약‧제약학사들에게 4년이란 교육기간은 정말 부족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경우 학사들이 대학원을 활용하여 얼마든지 추가로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 있다.

아쉽게도 2004년도 대학원 입시에서 약학 제약학대학원에 지원한 약학 제약학사가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교육기간이 짧아서 약사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약계의 변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조제 약사로 진출하는 마당에 극소수만이 약학연구나 제약산업에 뛰어드는 약대의 현실을 그대로 보고도 약대생 전부를 6년제를 하자는 낭비적인 발상에 대해 보건복지부도 교육인적자원부도 너무 안일하다는 생각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약대 6년제의 추진은 실체 없는 과대포장에 불과하다. 약사들이 돈만 벌려는 장사치라는 비난에서 벋어나려면 허울뿐인 약대 6년제 도입보다는 약학 제약학과 본연의 전문분야에 매진하여 스스로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 사회적인 재평가를 받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욱 명분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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