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속의 '새'

박경철
발행날짜: 2004-06-14 07:15:32
  • '시골의사' 박경철 (신세계 연합클리닉 원장)

<고정칼럼 집필자 소개>
인터넷에서 필명'시골의사'로 통하는 박경철 외과전문의는 국내 최고의 사이버애널리스트로 MBN 주식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 대한 남다른 철학과 날카로운 분석력을 인정받고 있다.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밤새도록 불을 환하게 밝히는 곳이 몇 곳이 있는데, 그 중 생각 나는곳이 양계장, 국화 비닐하우스, 교도소다.

양계장에서 밤에도 불을 환하게 밝히는 것은 닭들이 밤을 낮으로 착각해서 하루종일 계란을 낳도록 하기 위해서이고. 교도소에서 밤을 밝히는 것은 자살이나 자해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이며, 국화 하우스에서 불을 밝히는것은 밤에 피는 꽃인 국화가 출하 때까지 꽃을 빨리 피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밤을 밝히는 역리가, 하나는 마지막 한알까지 계란을 빼먹기 위해서, 하나는 꽃을 피우지 않기 위해서이니 그 대비가 쓴 웃음을 짓게 하는데, 그나마 교도소에서 밝히는 것은 그들을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예 살리려는 뜻 이라니, 따지고 보면 불 밝히는 행위 하나도 여러가지 감당하기 어려운 철학이 담겨있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디 불 밝히는 것 하나에만 철학이 있으랴,,

세상을 변증법으로 파악했던 헤겔의 말대로, 역사 발전을 정립과,반정립의 투쟁이라고 보아도 그렇고, 혹은 동양 철학의 근간이 되는 음양오행의 태극과 무극의 이치로 보아도 또한 그렇고, 심지어 불가에서 가르치는 연기법의 가르침마져 그러하듯이,, 옳고 그름에는 "절대"가 없는 것인데 사람들이 저마다 참과 거짓의 경계에 들어 서로를 시험하고 배척하는 것 뿐이 아닌가..

지금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자..

지금 "보수"를 자처하는 60.70년대 근대화 세력의 후예들은 틈만 나면 "우리가 아니었으면 보리고개를 넘기는 커녕, 길거리마다 굶어 죽은자의 해골바가지에 육탈물이 흘러다녔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행한 반민주적. 반인권적 잘못이나, 권력자의 사돈 팔촌에 운전기사까지 가담하는 부패와, 권위주의적 통치마져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승자로 군림하고 있는 70.80 년대의 민주화 세력은 어떤가?

그들은 그들대로 "전태일의 분신과, 박종철의 죽음 그리고 이한열의 피가 아니었으면 지금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살아 남았을까? 5월의 하늘에 뿌린 광주항쟁의 영령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민중의 이름으로 숨이나 제대로 쉴 수 있었을까"를 내세우지만, 그들 역시 오늘 아침에도 근대화 세력이 차려준 밥상 머리에서 밥 숟가락을 뜨고 나왔음은 부인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근대화 세력도, 민주화 세력도, 혹은 보수도 진보도, 서로가 각자를 "아예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악"으로 취급하지만, 결국은 상대가 있었음에 내가 있는다는 사실조차 깨닿지 못하고, 역사란 수레의 두 바퀴 처럼 서로 견제하고 어울려 진행하는 것 조차도 알지 못하는 빈약한 역사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럼 이러한 틈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의료인 . 좁혀서 우리 의사는 이러한 역사의 흐름 급류에서 무엇을 살피고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오늘 민주화 세력의 등에 업혀 과거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 못하듯이. 반대로 아직까지 과거에 사로잡혀 민주화 세력에 공포탄을 쏘아대는 것도 잘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자문해보자 과연 의사는 근대화 세력인가? 아니면 민주화 세력인가?

사실 우리는 근대화에도 민주화에도 기여를 하지 못했다,, 아니 기여를 해서도 안된다. 의사는 정치세력이 아니라, 테크너크랏이다, 역사적으로 테그너크랏의 임무는 이데올로기를 만들고 보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굴리는 바퀴의 소임이다.

즉, 의사 기술자들은 현재를 굴리는 바퀴이지, 채찍을 들고 말 머리를 돌리는 마부 (역사)도 달리는 말도( 정치세력) 아니다. 말이 바퀴를 밀고 갈 수 없듯이 의사가 이데올로기를 만들 수도 없다, 우리의 임무는 역사 변화의 물줄기에서, 어떤 체제안에서던 테크노크랏만의 고유한 입지를 지키고, 보존해 가는 것이다.

말이 병이 들면, 말을 바꾸고, 바퀴가 삐걱 거리면 바퀴를 갈아 끼는 것은 역사의 힘이다.

때문에 지금 우리가 취할 방향은 어렵지만, 단순하다, 현 정치세력이 파퓰리즘을 바탕으로 성공 하였다면, 우리의 해답도 파퓰리즘이고, 좋던 싫던 과거가 부정되고, 개혁이 화두가 되면 우리의 갈길도 개혁이며, 진보인 것이다, 이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눈을 크게 떠야한다.........

"세상이 개혁으로 뒤집어지고 있다 , 수도가 옮겨지고, 연공서열이 뒤집히고, 청년이 노인을 고려장 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님을 님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지고, 미국은 철수하고. 민청련의 수괴는 대선주자로 나서고 , 삼민투,민민투의 후예는 의회를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변화가 두려운가? 그렇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무것도 개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무 심각하다면 화제를 바꾸어 불교식 퀴즈를 하나 내보자,,

"여기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 갈수록 깊어지는 병이 있네. 조그만 새 한마리를 집어넣고 키웟지. 이제 새를 그만 키워야 겠는데. 그동안 커서 나오지 않는구먼, 병을 깨뜨리지 않고는 도저히 꺼낼 재간이 없어, 그러나 병을 깨개서는 안돼,,, 새를 다치게 해서는 물론 안되구. 자 어떻게하면 새를 꺼낼 수있을까....?

김성동의 소설 만다라에서 노승이 주인공에게 던진 질문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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