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각이 국민 시각…동료 덮어주는 시대 지났다. 강력한 자정 필요"
"배가 아파 한의원을 찾았어. 한의사가 초음파로 확인을 해봐야 더 정확히 진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 그럼 초음파를 받을 거야?"
"받아야지. 뭐 문제 있어?"
"그럼 치과를 갔는데 싼 가격에 피부 레이저 시술을 받을 수 있다면, 할 거야?"
"받아야지. 단 그 치과의사가 믿을만해야지. 의사든 치과의사든 상관은 없어."
기자가 의료와 전혀 상관없는 직업의 다양한 연령대 지인들과 나눈 대화다. 그렇다. 보건의료계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우려감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의료서비스 대상자인 환자들은 모른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치과의사와 의사의 교육 과정은 어떻게 다른지는 관심도 없다.
한국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대법원의 시각이 국민의 시각이라고 보면 된다"며 "사실 현재는 양악수술을 치과의사가 잘하는지 성형외과 의사가 잘하는지 환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의사 면허의 권위가 떨어졌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의사 면허 하나만으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는데 의심부터 하는 세상이 왔다"고 덧붙였다.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령 수술, 일회용 주사 재사용 등의 윤리적 문제가 겹치면서 면허의 권위마저 추락했다는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도 "의과, 치과, 한방의 질환에 대한 접근 방법, 메커니즘 등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면허를 인정한 것일 텐데 그런 경계가 허물어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료를 서비스산업화 관점에서 바로 보고 접근하니 법원의 판단도 그렇게 나오는 것 같다"며 "의료 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데 정부도 일정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뢰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시민환자단체들은 의료계 내부의 '강력한 자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기종 대표는 "일례로 TV에 자주 얼굴을 비춰 쇼닥터로 유명한 한 한의사는 아예 한의사협회를 탈퇴했다고 한다. 탈퇴하면 그만이다. 의사 사회에서 아웃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사들도 학회 등을 통해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비윤적인 의사는 아주 엄하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며 "동료평가 등을 두려워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현 대표도 "우리나라는 의료계 스스로 동료 감사를 통해 정상적인 의료행위로 몰아가는 질관리나 자정 시스템이 돼 있지 않는 게 문제"라며 "돈벌이에 치중해 의료질서 체계를 와해시키는 것을 내부적으로 적발해 자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등 다른 직역에 도전을 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업어야 하는데 그 시작이 윤리적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소리다.
안 대표는 "타직역에 도전을 받으면 과감하게 양보하고 철저히 관리하게 감시를 하든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자정을 철저하게 해 타직역이 아예 넘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정 바람 불고 있는 의료계
자정의 움직임은 이미 의사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광주광역시, 경기도, 울산광역시에서 21일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할 전문가평가제가 그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무장병원도 사무장이 아무리 꼬셔도 의사가 안 하면 된다. 유령수술도 마찬가지인데다 일회용 재사용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이런 비윤리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사사회에서 바로 퇴출될 수 있다는 신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광역시의사회 관계자는 "명백히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처벌을 받지 않고 사법당국에서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며, 행정당국에서는 적발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다"며 "이런 사례를 찾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유령수술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 비윤리 의사는 학술대회 등록 및 발표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등 회원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같은 의사라는 이유로 감싸주고 덮어주는 시대는 지났다"면서도 "의사회의 강도 높은 제제가 의사회비 미납 등의 회원 탈퇴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아직까지 의사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피부과의사도는 최근 피부질환 환자 진료 거부를 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사제는 피하겠다고 윤리선언을 했다.
한 도의사회 관계자는 "감시하고 평가하는 제도는 규제라기보다는 의사들도 스스로 조심하게 돼 예방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며 "소수의 잘못으로 다수가 똑같은 취급을 받고 국민 신뢰를 잃어버리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받아야지. 뭐 문제 있어?"
"그럼 치과를 갔는데 싼 가격에 피부 레이저 시술을 받을 수 있다면, 할 거야?"
"받아야지. 단 그 치과의사가 믿을만해야지. 의사든 치과의사든 상관은 없어."
기자가 의료와 전혀 상관없는 직업의 다양한 연령대 지인들과 나눈 대화다. 그렇다. 보건의료계는 의사-치과의사-한의사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우려감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의료서비스 대상자인 환자들은 모른다.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치과의사와 의사의 교육 과정은 어떻게 다른지는 관심도 없다.
한국환자단체연합 안기종 대표는 "대법원의 시각이 국민의 시각이라고 보면 된다"며 "사실 현재는 양악수술을 치과의사가 잘하는지 성형외과 의사가 잘하는지 환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의사 면허의 권위가 떨어졌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의사 면허 하나만으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하는데 의심부터 하는 세상이 왔다"고 덧붙였다.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령 수술, 일회용 주사 재사용 등의 윤리적 문제가 겹치면서 면허의 권위마저 추락했다는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도 "의과, 치과, 한방의 질환에 대한 접근 방법, 메커니즘 등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면허를 인정한 것일 텐데 그런 경계가 허물어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료를 서비스산업화 관점에서 바로 보고 접근하니 법원의 판단도 그렇게 나오는 것 같다"며 "의료 직역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데 정부도 일정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뢰 회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시민환자단체들은 의료계 내부의 '강력한 자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기종 대표는 "일례로 TV에 자주 얼굴을 비춰 쇼닥터로 유명한 한 한의사는 아예 한의사협회를 탈퇴했다고 한다. 탈퇴하면 그만이다. 의사 사회에서 아웃돼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사들도 학회 등을 통해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비윤적인 의사는 아주 엄하게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며 "동료평가 등을 두려워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준현 대표도 "우리나라는 의료계 스스로 동료 감사를 통해 정상적인 의료행위로 몰아가는 질관리나 자정 시스템이 돼 있지 않는 게 문제"라며 "돈벌이에 치중해 의료질서 체계를 와해시키는 것을 내부적으로 적발해 자정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약사 등 다른 직역에 도전을 받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업어야 하는데 그 시작이 윤리적인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소리다.
안 대표는 "타직역에 도전을 받으면 과감하게 양보하고 철저히 관리하게 감시를 하든지, 아니면 내부적으로 자정을 철저하게 해 타직역이 아예 넘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정 바람 불고 있는 의료계
자정의 움직임은 이미 의사 사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광주광역시, 경기도, 울산광역시에서 21일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할 전문가평가제가 그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사무장병원도 사무장이 아무리 꼬셔도 의사가 안 하면 된다. 유령수술도 마찬가지인데다 일회용 재사용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이런 비윤리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의사사회에서 바로 퇴출될 수 있다는 신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광역시의사회 관계자는 "명백히 불법적인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처벌을 받지 않고 사법당국에서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며, 행정당국에서는 적발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많다"며 "이런 사례를 찾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유령수술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자정노력을 하고 있다. 비윤리 의사는 학술대회 등록 및 발표를 일정 기간 제한하는 등 회원권리를 박탈하고 있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같은 의사라는 이유로 감싸주고 덮어주는 시대는 지났다"면서도 "의사회의 강도 높은 제제가 의사회비 미납 등의 회원 탈퇴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 아직까지 의사사회에서 받아들여지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피부과의사도는 최근 피부질환 환자 진료 거부를 하지 않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주사제는 피하겠다고 윤리선언을 했다.
한 도의사회 관계자는 "감시하고 평가하는 제도는 규제라기보다는 의사들도 스스로 조심하게 돼 예방효과가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며 "소수의 잘못으로 다수가 똑같은 취급을 받고 국민 신뢰를 잃어버리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