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국제 프로젝트' 성공했는데…실무진 정직 위기 왜?

발행날짜: 2020-08-14 05:45:57
  • 복지부 감사서 김영란법 위반 직원 재징계 요구…경찰에 처분 의뢰
    심평원 징계 추진에 직원들 분개…개별 변호사 고용해 소송전 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바레인 프로젝트를 둘러싼 청탁금지법 논란을 두고서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소위 김영란법 논란에 휘말린 심평원 직원들이 개별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해 향후 법적다툼을 대비하는 전례 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14일 익명 제보에 따르면, 심평원은 바레인 프로젝트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 휘말린 직원들 10여명을 두고서 최근 경찰에 ‘과태료’ 처분 의견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시스템 수출이 주요 골자인 바레인 프로젝트는 국가 대 국가 간 사업을 통해 건강보험제도와 운영 시스템을 수출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9월 최종 사업이 마무리 된 데 이어 후속으로 유지관리 사업까지 따내며 심평원은 바레인 프로젝트를 통해 계약 금액 310여억원과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등 민간 일자리 200여개(유지관리 사업 포함) 등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사업 막판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제보가 접수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지난 4월 바레인 인사가 참여한 가운데 제주도에서 열린 '제7차 운영위원회' 행사 과정에서의 식사와 숙박 관련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이 불법·부당행위 내부 신고시스템인 '레드휘슬' 등을 통해 접수되면서부터다.

심평원 고위직에 해당하는 인사들의 경우 문제는 없었지만 함께 자리한 부장 이하 직원들이 식사와 숙박 과정에서 함께했다는 것이 김영란법에 위반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고위직 임원의 경우는 문제 없지만 함께 자리한 직원들은 기준 금액 이상이 되는 식사와 숙박을 했다는 이유에서 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논리다.

따라서 지난해부터 이뤄진 국무총리실과 심평원 자체 감사를 거쳐 관련 직원들에게 '경고' 조치에 해당하는 징계가 내려져 올해 초 사건은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 후 복지부의 감사 과정에서 상황이 반전됐다.

복지부 감사 과정에서 김영란법 위반 사건과 관련된 직원들이 '과태료' 처분이 해당된다는 결론이 내려져 심평원에 재징계 요구로 이어진 것이다. 최초 징계 결과가 청와대에 보고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이 개진돼 복지부의 감사와 추가 징계결정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심평원 직원은 "올해 복지부가 다시 감사를 하게 되면서 그 결과에 따라 다시 징계를 내리라는 결정이 내려졌다"며 "이를 바탕으로 강원지방경찰청에 과태료 부과 대상에 해당된다는 의견을 심평원 기관의 이름으로 의뢰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사실이 심평원 안팎으로 알려지자 내부직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미 징계를 내린 사안을 두고서 또 다시 징계를 내리는 상황이 납득하기 힘든데다 고위직 수행 과정에서 불가피한 상황이 존재했음에도 기관이 이를 외면했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직원들은 '언제 내가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자조섞인 말을 늘어놓을 정도.

더구나 심평원의 의뢰대로 경찰 측에서 김영란법 위반 대상에 오른 직원들에게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면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사건의 휘말린 직원들 개개인별로는 변호사를 고용해 향후 있을지 모를 소송전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경찰이 과태료 처분을 내린다면 이를 토대로 심평원도 해당 직원들에게 정직을 포함한 추가 징계를 내릴 수밖에 없는 만큼 관련된 직원들도 법적 다툼을 불사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여기에 심평원 입장에서도 '한국형 보건의료관리시스템' 수출이라는 업적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한 일명 바레인 프로젝트가 '김영란법'에 논란에 휘말렸다는 오점이 남을 수 있는 상황이기에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심평원 직원은 "로펌에 법률 자문을 의뢰해 기관차원에서 징계를 내리고 마무리한 사안을 또 다시 징계하라는 것은 원칙에 어긋난 것"이라면서도 "청와대 보고 이 후 복지부의 추가 감사가 이뤄진 사안에서 기관 입장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고위직 인사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장급 이하 직원들이 김영란법 위반에 연루됐다는 것인 기관 입장에선 상당히 당혹스럽다"며 "내부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우려되지만 현재로서는 복지부 감사 결과에 따라 향후 과정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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