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전념할 수 있게 해 달라"…의료전달체계 정상화 강조
의료계 공세 거친 정치권…"전문가 의견 적극 반영해야"
차별 철폐 촉구한 한의·간무계…"모든 인력 처우 개선해야"
보건복지부 장관이 결정되면서 의료계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민초 의사들은 윤 정부 복지부 초대 장관에 대해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규제철폐를 주문했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전날 보건복지부 초대 장관으로 조규홍 전 제1차관을 임명했다. 조 장관은 취약계층을 위한 약자복지와 필수의료 확충을 주요 정책 사항으로 강조했다.
의료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이미 결정된 사안을 왈가왈부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의료계의와 적극적인 소통을 기대한다는 목소리와, 경제관료 출신 장관 임명으로 정부의 재정 감축 기조에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우려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소통하며 함께 가야한다고 본다. 특히 시기적으로 방역도 중요하고 여러 의료 현안이 난립해 있어 장관이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백년지대계로 정치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MRI·CT 등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하면서, 사용량 증가 명목으로 규제가 늘어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일수록 복지부 장관으로서 의료계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한 의사단체 임원은 "정부 기조와 기획재정부 성격을 보면 이번 장관 인사로 우려가 더 큰 것은 사실이다"며 "오늘 국정감사를 보면 정치권의 공세도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이는 장관이 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개원가는 지역·종별 불균형이 심화한 현 의료전달체계 정상화와 현장에 적용된 여러 규제를 철폐를 촉구했다.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으로의 환자 쏠림이 심화해 개원가와 지방의료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우리나라 1차 의료는 접근성이 뛰어나고 실력 있는 전문의가 지역사회를 담당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의료전달체계는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정 지역과 종별로 환자가 쏠리게 되면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의사가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촉구했다. 환기시설, CCTV 등 개원가 설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며 각종 의무교육 등으로 업무 외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모든 걸 떠나서 의사가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의사들이 불가항력적인 악결과로 처벌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특히 의사는 최선을 다해 진료하는데 정부가 국민과 의사 사이에 자꾸 갈등을 유발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등 의료계가 반대할 수밖에 없는 정책을 내놔 의사들이 시위하는 것인데, 이에 따른 비난은 의사가 받게 된다. 아예 이런 단초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며 "의사들이 진료만 열심히 하면 국민 건강이 보장되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계와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의료계 주요 현안과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 혼란이 덜하게 이를 해결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한병원협회는 조 장관이 기재부 경험을 살려 재정 확충에 나선다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병협 한 임원은 "이번 장관 임명의 긍정적인 부분은 복지부 경험이 있는 기재부 출신 인사로 무난한 직무수행 예상된다는 점이다.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재정 확충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어 "다만 현 정부의 재정압박 기조에선 우려가 나오는데, 의료기관을 압박해 마련한 재정으로 필수의료를 강화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의료계와의 소통을 통한 신뢰 기반 보건의료 정책을 추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의사와 간호조무사들은 차별 철폐를 촉구했다. 한의계는 의과계에, 간무계는 간호계로 차별을 받아왔다는 설명이다.
대한한의사협회는 국민건강보험에서 한의약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3%대에 불과할 정도로 보장성 분야에서 소외돼 왔으며, 여러 규제와 의과 일변도 정책·지원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의사들이 신속항원검사 시행에서 배제된 것을 문제 삼았다.
이와 함께 ▲한의사의 자유로운 현대 진단기기 사용 ▲경근간섭저주파요법 및 경피전기자극요법 건강보험 적용 ▲한의사 장애인주치의제 참여 ▲실손의료보험 한의과 비급여 보장 ▲공공의료기관 한의과 설치 등을 촉구했다.
한의협은 "국민건강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새 정부인 만큼, 이제 보건의료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국민의 진료 선택권과 편의성을 확대해야 한다"며 "환자가 경제적 부담 없이 최상의 한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무사의 열악한 근로환경 개선 및 부당대우·차별 해소를 기대했다. 또 이를 위해선 간무사 전문대 양성과 간무협 법정단체 인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 간무사가 지역사회에서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만성질환관리사업, 치매안심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간무협은 "간무사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인력이 처한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으로 모두가 더 나은 상황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취임사에서 복지부가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핵심 부처라고 이야기 한 것처럼, 간무사를 비롯한 간호인력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도 힘써 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