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대비 7~8% 감소세…코로나·의사 피습·이태원 참사 삼중고
위기감 고조된 응급의학과 의사들 "응급실 여건 개선에 주력"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의사 피습 사건, 이태원 참사 참고인 조사 등 연이은 악재가 전공의 지원율에 악영향을 준 모습이다.
메디칼타임즈가 전국 수련병원 44곳을 대상으로 2023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결과를 파악한 결과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85.9%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응급의학과 지원율 하락세…빅5도 영향
이는 2022년 전국 수련병원 응급의학과 지원율인 93.7%와 단적으로 비교했을 때 7.8%포인트 감소한 숫자다. 2022년 지원율 역시 전년 100.6%와 비교하면 6.9%포인트 감소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3년간 대형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을 파악해봤다. 타 수련병원에 비해 안정적인 빅5병원조차도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아산병원은 2021~2022년 100% 지원율을 보이다가 2023년 116.7%로 증가했으며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역시 3년 연속 100%의 지원율을 보였다.
하지만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 지원율이 120%로 증가했지만 올해 83% 급감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가톨릭중앙의료원 지원율을 보면 응급의학과 하락세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톨릭중앙의료원 응급의학과는 2021년 82%, 2022년 50%, 2023년 23.1%로 1년 단위로 지원율이 반토막났다.
이 같은 하락세는 2019년 서울성모병원에서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형사처벌 받았던 사건의 여파라는 게 가톨릭중앙의료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만 크게 본다면 빅5병원이라고 해도 전국 단위로 봤을 때 응급의학과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역거점 국립대병원 중에선 이 같은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곳이 더 많았다. 특히 강원대병원은 2021~2022년 50%의 지원율을 기록했으며 2023년 66.7%로 소폭 상승했지만 미달인 것은 마찬가지다.
2021~2022년 100%를 유지했던 경북대병원는 2023년 66.7%로 지원율이 하락했으며, 150%를 유지하던 울산대병원은 이번에 66.7%로 급감했다.
이는 수도권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대목동병원은 2021년 정원을 채웠지만 지난해부터 50% 지원율을 이어가고 있다. 2021~2021년 100% 지원율을 기록한 분당차병원·순천향대부천병원은 올해 각각 50%, 33.%로 하락했다.
■상황 예의주시하는 학회…"적정 보상 제공해야"
대한응급의학회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의학회·대한병원협회를 통해 정확한 지원율을 파악한 뒤 대책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미달이 심각한 상황이라면 추가 모집 등 학회 차원에서 나서겠다는 설명이다.
응급의학회 송경준 수련이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공의에게 충분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기피과에서는 당직을 면해주는 등의 편의를 제공하지만 응급의학과는 이 같은 조치가 어렵다는 것.
심각한 외상 환자나 행려자 및 노숙인, 주취자 등 대하기 어려운 환자를 진료하는 상황이 많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송 수련이사는 "응급의학과는 당직 등 여러 가지 이제 힘든 일이 많은데 지원자들이 전공의 과정에서 이에 준하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각종 어려운 환자들을 배후 진료 없어 감당해야 하는 것도 전공의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인데, 필수의료 보강 차원에서 이에 대한 보상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전에는 필수의료과나 기피과 전공의들에게 월급을 더 주는 식으로 배려하고는 했는데 응급의학과는 이마저도 없어졌다"며 "보건복지부가 필수의료 대책으로 응급 진료에 가산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공의가 체감하는 보상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악재 이어진 응급의학과…커뮤니티 통해 입방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이 같은 하락세가 코로나19로 인한 고강도 업무, 응급실 의사 피습 사건, 이태원 참사 참고인 조사 등 연이은 악재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욱이 전공의 커뮤니티를 통해 이 같은 문제들이 광범위하게 알려지면서 응급의학과 기피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예전에는 특정 전문과에 대한 문제들이 암암리에 알려졌다면 요즘은 카페 등 전공의 커뮤니티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커뮤니티에서 응급의학과 반응이 초토화 수준이다. 당연하게 안 좋은 얘기가 나오니 지원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수련병원 교수는 "전공의 지원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1~3년차 선배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피로가 쌓이면서 선배 전공의들이 응급의학과 지원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더욱이 전공의 지원율이 늘어나면 선배 전공의들은 2배 이상 힘들어진다. 여기에 올해 있었던 악재들의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공의 이탈률도 심각…반전 꾀하는 의사회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 같은 현상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언제든 다른 기피과처럼 허리가 끊기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공의 이탈률이 10%대를 유지하는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와 관련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힘든 만큼 보상이 없다는 점과 의료사고 위험이 크다는 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더 큰 문제는 전공의 이탈률이다. 이는 악조건을 감안하고 들어와도 버티기 힘들다는 뜻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분위기 반전을 위해 4년차 전공의 대상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개원 및 그룹취업 등 진로 선택지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응급의료기관 평가 등 현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문제를 지속해서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복지부가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응급진료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선, 중소병원들이 소외되지 않고 모든 현장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진로 선택에 여러 방향을 제시해주고 취업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계속해서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전문의 질 관리에도 기여해 지속적으로 양질의 퍼포먼스를 유지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