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이창진 기자
계묘년 한 해 의료계는 무한경쟁 악순환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주요 대학병원은 지난 2일 시무식에서 첨단 의료체계 강화와 분원 설립 등 의료경쟁력 강화를 중점 과제로 내걸었다.
과거 암센터 병상 경쟁에서 새해 중입자치료기와 양성자치료기 등 첨단장비로 우월성을 앞세운 중증환자, 노인환자 잡기 세몰이를 예고했다.
대학병원 본래 역할인 연구와 교육, 진료에서 우선순위가 진료로 바뀌면서 경영수익에 집착하는 의료생태계 포식자로 진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보장성 강화로 비급여 영역이 대폭 줄어들면서 행위별 수가를 십분 활용한 외래와 입원, 수술과 검사 등 진료실적에 목을 매고 있는 셈이다.
환자를 두고 동네 병의원과 경쟁하는 대학병원 시스템은 해가 갈수록 더욱 견고해지고 단단해지고 있다. 제2, 제3의 분원 설립을 통한 문어발식 영역 확장과 의료인력 채용이 올해에도 지속된다.
반면, 동네 병의원 진료 위축과 의료인력 채용 어려움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3일 열린 신년하례회에서 필수의료 지원 대책과 의료 양극화 해소 등을 외치고 있지만 민초 의사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견주기 힘들다.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대책 방안은 중증과 응급 등에 초점을 맞춘 대학병원 중심일 뿐 중소 의료기관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여기에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등 외부적 요인 역시 의원, 중소병원, 전문병원, 요양병원, 재활의료기관 등의 경영 악재로 예상된다.
결국, 대학병원과 동네 병의원 등 의료기관 모두 각자도생이다.
복지부 박민수 2치관은 의료계 신년 하례식에서 "필수의료에 투자가 가능하도록 재정을 효율화하는 한편,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등 의료전달체계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겠다"면서 "의료인들이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 차관의 발언을 예단하기 이르지만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의료인들이 보람을 느끼는 현장 모습은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의료기관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이 추가 재정 투입 없이 건강보험 제도를 유지하는 정무적 수단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