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논의 없었던 15차 협의체…임총 개최 요구는 지속
시각차 보이는 의협 회장 후보들의 해법…강경 반대는 한 뜻
제15차 의료현안협의체가 구체적인 의대 정원 논의 없이 지나갔지만, 의료계에서 이를 당장 중단하라는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밀실합의 했다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의대 정원을 논의할 별도 의·정협의체 구성 안건을 두고 회의 소집을 고민하고 있다. 운영위 안에서도 이를 의결해야 한다는 측과 불필요하다는 측이 반으로 갈린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의협 대의원회 박성민 의장은 "10월 셋째 주 운영위 회의 당시에도 내부에서 별도의 의·정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며 "반면 지금도 잘하고 있는데 굳이 교체가 필요 하느냐는 측도 있어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로만 끝났다. 조만간 화상으로 회의를 다시 열어 운영위원들의 의견을 다시 물어볼까 한다"고 설명했다.
■필수의료 중심으로 끝난 의료현안협의체…임총 추진 방식 변화
이는 지난 25일 있었던 서울특별시의사회 박명하 회장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의 공동 기자회견에 따른 조치다. 의협 집행부가 보건복지부와 의대 정원 확대를 이면합의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이 같은 집행부 행보에 대응하기 위해 9.4 의정합의에 따라,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논의할 별도의 의·정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
다만 26일 열린 제15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필수의료 대책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두 회장의 요구 방식에 다소 차이가 생긴 상황이다. 박명하 회장은 우선 의·정협의체 구성만 촉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임시총회를 추진하는 등 단계적으로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박명하 회장은 "앞선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의대 정원이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아 오히려 논란이 된 모양새다"며 "시도회장단 내부에서도 의료현안협의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일단 임시총회보다는 새로운 의·정협의체와 협상단을 구성해달라는 요청만 한 상태"라며 "대의원회 운영위에서 이를 논의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만약 여의치 않다면 이후 임시총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임현택 회장은 밀실합의 의혹을 지울 수 없어 임시총회 개최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단계적으로 이를 추진했다간 너무 늦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구체적인 의대 정원 규모를 발표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판단이다. 또 정부는 매주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개최 요건을 채우는 데에만 몇 달이 걸릴 수 있는 임시총회를 미루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
이와 관련 임현택 회장은 "복지부와 의협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이나 필수의료 문제를 진행하면서 밀실합의가 지속돼선 안 된다"며 "이 때문에 의료현안협의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그 대신 의대 정원을 논의할 새 의·정협의체와 새로운 참여위원을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강경 입장 촉구하는 회장 후보들…새 협의체 구성은 입장차
의협 집행부가 의대 정원 논의에서 여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은 또 있다. 의협 집행부가 "늘어난 의사들이 필수의료로 유입될 대책이 있다면, 의대 정원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의대 증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수임사항을 집행부가 어기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는 "의대 정원과 관련해 의협 집행부가 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약분업의 실패를 보면 의대 증원을 선시행하고 필수의료를 후 보완하겠다는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고 보고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사들이 납득할 근거가 전무하다. 만약 이런 근거가 있다면 의사들도 당연히 의대 증원에 동의할 것"이라며 "여론이 강하게 밀어 붙이는 상황이어서 원천적인 반대만 할 수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는 잘 못됐다. 정부가 의사들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강경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 다른 의협 회장 선거 후보인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박인숙 명예교수는 의·정협의체를 새로 구성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어찌됐든 의협은 의사들의 공식적인 기구로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의협 집행부가 향후 논의에서 의대 증원에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인숙 교수는 "여당 지도부가 바뀌면서 정부도 대단히 혼란스럽고 많은 고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일단 상황을 지켜보되 일관성 있게 의대 증원은 안 된다고 주장해야 한다"며 "다만 공식적으로 의사들의 대표는 의협이다. 이를 무시하고 따로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의협 집행부 역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마련했다는 필수의료 대책은 고름덩어리가 터지지 않게 반창고만 붙여 놓는 수준이고, 사법리스크도 여전하다"며 "눈에 보이는 대책도 손에 잡히는 대책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몇 명까지는 괜찮다는 얘기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