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선거 이후를 생각한다

박경철
발행날짜: 2006-03-20 10:13:40
  • 박경철(시골의사, 신세계연합의원)

어느때보다 많은 뒷 이야기를 만들어 낸 의협회장 선거가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그 과정과 결과에서는 승자가 박수를 받고 패자가 위로를 받는 축제로 평가 받기에는 여러모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고, 때문에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의협회장이라는 자리의 의미에 대해 여러모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속된 말로 "의협회장이라는 자리가 무슨 이문이 남는 것이길래 의료계에서 나름의 명망을 얻은 후보들이 저렇게 이전투구를 하면서까지 의협회장 자리에 당선이 되려고 애를 쓰는 것일까?" 라는 궁금증을 누르기 힘든것은 단지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의사협회 회장이라는 직함의 명예가 그렇게 빛나는 것일까?

아니면 만만찮은 예산을 주무르고, 또 그에 못지 않은 조직의 생사여탈권을 쥔 권력이 탐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정치에 뜻을 둔 분들이 이 자리를 발판으로 국회의원이라도 한 번 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모든 후보들의 공약처럼 오로지 의협조직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자기 한 몸을 희생하고자 하는 것일까?

이렇게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사실 뭐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필자의 눈에는 사실 "희생과 봉사"라는 "가장 당연하지만 가장 상투적인 이야기"가 그리 곧이 들리지 않았다.

그것은 이번 의협선거가 지방의회나 기초자치단체에 출마한 지역 토호들의 선거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선거전이 시작되기도 전에 후보들의 마타도어가 기승을 부리더니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는 정도를 넘어 나중에는 멱살잡이 직전까지 가는 추한 모습을 연출했고 각종 확인 되지 않은 설과 루머, 그리고 인신공격을 서슴치 않음으로서 여느 기성 정치단체의 선거를 넘어서는 혼탁과 내부의 반목과 치부를 여실히 드러내는 추악한 선거의 결정판이었다.

사실 이런 현상은 그전에 이미 각 후보들이 많은 돈을 들여서 선거운동 본부를 만들고 조직을 가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자리가 과연 무엇이관데..?"라는 생각을 하게 한 것은 논외로 치고라도, 많은 사람들이 의협조직에 대해 깊은 깊은 불신을 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물론 그것은 관행이었다고 치부 할 수 있다,

그리고 예전에도 그랬듯이 잘 생긴 옥동자를 출산하기 위한 하나의 산고였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모든것이 정녕 하나의 과정으로, 또 몇 년간의 가뭄을 씻어내려는 마지막 소나기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5월에 출범하는 신임 지도부가 반드시 선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지난 지도부의 자취를 다시 되짚어서 정돈 할 것은 하고, 따질 것은 따지고 밝힐 것은 밝혀야 한다,

지난 지도부는 우리 의협 역사상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회원들의 불신과 원망을 받았었다. 물론 그것은 과도기의 혼란으로 치부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회원대중들은 리더쉽이 교체되면 반드시 해소 되어야 할 것이라고 믿는 몇가지 고민들이 있다, 그것을 풀어야 할 사람은 바로 신임 지도부다.

새로운 도약은 과거에 대한 반성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두번째, 의협의 정체성을 확립해야한다,

의협은 이익단체이지 정치결사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전자 보다는 후자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행동했다, 그 결과 의협은 그 조직의 연륜이나 무게에 비해 사회로부터 홀대받고 배척 당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제 신임 지도부는 의협의 성격을 분명히하고 본래의 위상을 되찾아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조직으로 거듭나게 할 책임이 있다.

세째. 내부의 단합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그것은 선거전 과정에서의 불협화음 뿐 아니라 그동안 사분오열되었던 의사사회의 분열과, 패배주의에 젖어 무력감에 빠져든 대한민국의 의사들에게 희망과 꿈, 그리고 비젼을 보여 줄 절대적 과제가 있다. 신임회장이 주창한 의사 CEO 라는 구호 역시 회원대중의 전폭적 지지의 바탕위에서만 성공 할 수 있는 것이다.

네째. 겸손해야한다,

10만 회원중에서 불과 4천 여명이 조금 넘는 지지로 당선된 회장이라면 그 정통성은 미약하기 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전통성의 부재를 극복하는 것 역시 신임 지도부의 과제다.

다섯째.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한다,

의협은 이미 비대할 만큼 비대해진 공룡조직이다, 이런 조직을 꾸려 나감에 있어서 공평무사하고 객관적인 인사들로 조직운영에 대해 감시와 조언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게 한다면 새로운 지도부는 과거와 다른 획기적인 정당성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다.

봉사하기위해 출마했다는 출마의 변을 임기 말까지 새겨두어야 한다.

여섯째, 지역,학벌,연륜을 모두 아우르는 탕평책을 마련해야 한다,

좋던 싫던 의사사회는 다변화되었다, 과거와 달리 성향과 출신이 다양하고 그만큼 의견도 다르다, 때문에 신임회장은 의협의 리더쉽을 자신의 측근들로 구성된 이너서클안에서 꾸리지 말고 역량있는 많은 분들이 그듯을 반영 할 수 있도록 탕평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정 동문, 특정 지역, 특정 세대가 주도하는 세상은 미래가 없다,

그러고보면 신임 회장은 이 일을 추진하기에 결정적인 약점과 강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신임 지도부는 회원들의 중의가 왜 자신들을 선택했는지. 그리고 무엇을 기대하는지를 잘 새겨보고 단점은 빨리 털어버리고, 장점을 잘 살려 역사상 가장 역량있고 존경받는 지도부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회원들은 신임 장동익 회장이 선거전에 공약한 한마디 한마디를 기억 할 것이며 , 그가 퇴임 할 때 그 약속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얼마나 공정했는지, 또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반드시 따져보고 챙겨 볼 것이다.

필자 역시 새로 시작하는 지도부에 아름다운 덕담보다는 회원들의 무겁고 우려스러운 마음을 전하는 것은, 지금은 그만큼 절박하고 그만큼 위태로운 상황에서 출발하는 지도부이기 때문이고, 신임 지도부도 이점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점에서 신임 회장은 이 난국을 무사히 극복하고 멋진 마무리를 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는 기대를 해도 좋으리라 믿으며. 신임 회장이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는 모두가 아쉬워하고, 모두가 박수를 치며 떠나보내는 그런 광경을 상상하면서, 새로 출발하는 그의 무거운 어깨에 마음으로나마 꽃 다발을 전하고자 한다.

신임 지도부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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