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 밀어붙이기

발행날짜: 2006-03-27 09:09:58
  • 채종일 교수(서울의대 기생충학교실)

교육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은 대학은 제2기 BK21 지원에서 완전 배제하고,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대학도 전환한 비율만큼만 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의학계가 또 한 번 경악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무엇 때문에 의학전문대학원 밀어붙이기를 이렇게 집요하게 하고 있는가?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4년제 대학 졸업자 중에서 신입생을 선발하여 4년간의 의학교육을 시킨 다음 의사로 키우는, 이른바 ‘4+4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기존의 ‘2+4 제도’에 비해 장점도 많다. 특히, 다양한 학부 배경을 가진 학생의 영입과, 늦게 의사가 되고자 동기 유발된 학생을 영입할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남학생들의 경우 군 복무 문제가 남아 있어 미국이나 영국, 일본의 의대생들에 비해 사회 진출이 3-5년 이상 늦을 수밖에 없다. 교육기간의 연장으로 본인과 가족은 물론, 사회가 커다란 경제적 부담을 안게 되는 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한국의 모든 새내기 의사가 반드시 ‘4+4 제도’를 통해 탄생해야 할 필요성은 결코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의대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 늦게 동기 유발된 학생들을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학생 정원 일부에 대해 학사편입학제도를 일찌감치 시행해 왔다.

처음에는 정원의 5-10%에서 현재 30%까지 학사 출신 비율을 늘여왔다. 그리고 최근 서울의대는 의예과를 통한 학생 모집을 50%, 의학전문대학원 형태의 학생 모집을 50%까지 하는 혼합 의학전문대학원 형태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그동안 불확실성 속에서 혼란만 계속되어 온 서울의대의 학제 문제에 대한 돌파구를 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제2기 BK21에 일부라도 참여할 수 있게 된 점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면 안타까운 점은,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여부가 왜 제2기 BK21 참여의 필수, 선행요건이 되어야 했는가 하는 점이다. BK21은 기본적으로 대학원 활성화를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에 말하는 대학원이란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연구 기능을 가지고 있는 일반 대학원의 의학과, 치의학과 등을 지칭하며, 의사 양성이 아니라 젊은 의과학자 양성이 목표다. 즉, BK21의 목표와 의사를 양성하는 의학전문대학원의 목표는 전혀 별개의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논리의 전환이 있기를 바란다.

문제는 또 있다. 졸업 후 받게 되는 학위는 모두 석사라야 한다는 것이 서울의대의 강한 요구사항이다. 동일한 의학교육을 받은 학생이 의예과 출신이면 학사, 4년제 출신이면 석사로 이원화되는 것은 크게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이를 수락할 수 없다는 답변을 계속해 왔다. 학위 문제는 향후 학제에 대한 재논의를 한다고 정한 2010년에 가서야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학제에 대해 재논의 하겠다는 약속, 꼭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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