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운전과 난폭불법운전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주수호
발행날짜: 2006-06-05 08:21:28
  • 주수호 원장(주수호 외과의원)

(의협)집행부는 6월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전체 건강보험급여비 대비 늘어만 가는 약제비를 줄여 의료수가 인상에 사용케 한다는 명분 하에 고가약 사용을 자제하고 중저가약 사용을 권장하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공개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어떠한 약을 처방하느냐는 환자를 직접 진료한 의사의 몫이라는 점을 누차에 걸쳐 강조하며 ‘저가약처방 캠페인’은 다만 권장사항이지 강제사항은 아니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의 캠페인은 비록 집행부의 선의에 의해 추진되더라도 캠페인을 시작하는 순간 권장사항이라는 미명하에 회원 개개인에게는 강압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대단히 높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경험 및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분석해 보면 필자의 우려는 거의 현실화 될 것이 며 그렇게 되면 이는 의료계는 물론이고 환자에게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의료계 인사 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성 및 의료에 대한 철학이 뚜렷한 분들만 참여가 가능할 가칭‘약제비대책위원회’의 구성에 생뚱맞게 시민단체 및 종교계 대표, 유명연예인 등이 참여하는 문제는 논외로 친다고 하자.

어쨌든 한달이내에 구성할 것이라는 시민단체 및 종교계 대표· 전 현직 국회의원· 복지부 고위 인사· 유명 연예인 등의 외부 영입 인사가 포함될 총 20~30명의 ‘약제비대책위원회’는 구성되어 공표하는 순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최소한 의료계 외부로부터는 전적으로 신뢰를 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이 모호하다는 본질적인 문제를 포함하여 차후에 보험급여 차등지급의 기준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로 의료계가 적극적으로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수년간 강행된 약제급여적정성평가의 데이터가 차곡차곡 축적되어 이를 기준으로 보험급여 차등지급이 목전에 와있다. 이러한 와중에 집행부가 주도하여 의료계 외부로부터 신뢰를 득한 가칭 ‘약제비대책위원회’에서 작성하여 각 시도를 통하여 회원 개개인에게 숙지시키도록 하겠다는 동일계열의 약 중 생동성을 통과한 약의 고가, 중가, 저가 분류는 실제 우리나라의 약제비 사용의 절대치가 외국에 비해 높다는 근거가 전무한 상태에서 우리 동료들이 음성적인 이득을 취하고자 기준조차 애매한 소위 고가약의 처방을 남발한다는 정부기관 및 소위 시민사회단체의 의료계 죽이기의 일환으로 남발한 왜곡된 자료에 대한 사회적인 신뢰만 구축시켜 줄뿐이다.

즉 외부의 명망가(?)들이 포함된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구성한 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근거로 정부 및 시민사회단체에서 은연중에 동 캠페인을 강제하는 상황이 분명히 도래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전문가 단체로 거듭나겠다는 단체의 집행부가 회원 각자의 자율성을 스스로 침해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의학적 판단에 따른 처방에 앞서 동 캠페인의 눈높이에 맞춘 처방을 하는 시기가 도래함으로 인해 궁극적으로는 최적의 진료를 받을 환자의 권리가 침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약이라도 고가약일수록 효과가 크고 심한 경우 30∼40%까지 차이가 난다는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노인이나 어린이 등 상대적으로 저항력이 약한 환자에게는 약효가 탁월한 고가약을 써야 하지만 젊은층에게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중· 저가 약을 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는 의협 수장의 인터뷰 기사 내용이다.

생동성 검사를 통과한 복제약의 약효는 오리지날약의 약효 대비 80% - 120%라는 것이 상식이다.

즉 오리지날 약보다 약가가 저렴한 생동성을 통과한 복제약의 약효는 오리지날약의 80%에 미칠 수도 있으나, 120%에 달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약일수록 약효가 크고 복제약이면 무조건 오리지날 약보다 약효가 적다는 뉘앙스의 인터뷰 기사는 약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들을 호도할 뿐이다.

백번 양보하여 의협의 수장이 생동성 검사를 통과한 복제약의 약효와 같은 세세한 부분까지 정확히 모른다고 크게 탓할 것은 없다고 접어두자.

그러나 “노인이나 어린이 등 상대적으로 저항력이 약한 환자에게는 약효가 탁월한 고가약을 써야 하지만 젊은층에게는 의사의 판단에 따라 중· 저가 약을 쓰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고 반문했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약을 선택하는 의사의 판단 기준을 포함한 의약분업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의료의 본질에 대한 의협 수장의 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부디 이 대목에서 경질환 운운하는 일부 몰지각한 자들의 언사가 오버랩 되는 것은 필자만의 오버이기를 바란다.

현 시점에서 약제비 관련하여 집행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여야 할 사업은 우선 정확한 실태를 파악한 후 왜곡된 통계치에 근거하여 반의학적으로 강제되고 있는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정책을 되돌리는 일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전문가의 자율성이 발휘될 수 있는 진료가 가능한 적정수가 달성의 전제인 재정 확보를 위한 거시적인 의료정책을 주체적으로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이 집행부의 할 일이다.

전체 건보급여비 대비 약제비 비율이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것이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약의 오남용이 많고 이의 주범이 의학적 판단보다는 음성적인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의사들의 고가약 처방 경향이라는 근거는 허황되다.

즉, 의료수가의 절대치가 외국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상태에서 다시 말해 전체 건강보험급여비 절대치가 항상 비교의 대상이 되는 외국에 비해 매우 적은 상태에서 분자인 약제비의 비율이 높으므로 우리나라 의사들이 약의 오남용의 주범이며 고가약 처방이 유난히 많다고 비난하는 것은 건보재정 파탄의 책임을 의사들에게 돌리기 위한 정부의 일관된 대국민 기만술에 다름아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의사가 약 오남용의 주범이며 유난히 고가약 처방이 많은 관계로 하는 수 없이 정부는 심평원등을 동원하여 항생제 처방률, 주사제 처방률, 고가약 처방 비중 등을 비교하는 약제급여적정성 평가를 하여 그 평가에 따라 급여를 차등지급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비민주적이고 반의학적인 의료정책을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부정하여 의학적 판단에 따른 처방이 존중되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전력을 다하는 집행부를 회원들은 기대한다.

공표도 하지 못하는 실리가 얼마나 대단한 의미가 있는지 판단할 자격이 회원에게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재정절감 최우선 정책의 희생자인 동료 의사들에게 또 하나의 견고한 족쇄를 스스로 채우는 것에 다름 아닌 캠페인이 마치 대단한 업적인양 대대적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그러한 어리석은 집행부는 아니기를 기대할 자격은 있다.

정부의 땜질식 건보재정절감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은 전체 둑 무너지는 지는 줄도 모르고 아랫돌 괴서 윗돌 괴는 식의 무모함에 동조하는 것이지 결코 WIN-WIN전략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초기의 혼란스러운 미숙기를 단축하여 조속히 정상적인 국가운영 궤도에 진입하는 것에 협조하는 것이 국가발전 및 국민 개개인에게 득이 된다는 지극히 타당한 이유로 대통령에 취임하고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를 ‘HONEYMOON PERIOD’라고 하여 미숙함에 기인한 웬만한 허물은 덮어주는 관례가 전 세계적으로 사회 곳곳에서 통용된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정차 후 눈에 띄게 느린 발진, 교통흐름에 방해 될 정도의 서행운행, 좁은 공간에서 주차시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주위의 눈치를 보았던 ‘초보운전’시절의 기억이 있다. 또한 이러한 초보운전자에게 경적을 울린다거나 상향등을 키거나 하여 재촉하는 등의 나쁜 운전 습관은 초보운전자를 더욱 위축시켜 교통흐름에 더욱 큰 지장을 초래하거나 심지어는 심각한 교통사고의 원인임을 잘 알고 있다.

창피를 무릅쓰고 차 뒷면 유리에 ‘초보운전’이라고 써 붙이고 도로에 나서는 이유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의 웬만한 허물은 관대히 보아 넘겨달라는, 일종의 HONEYMOON PERIOD의 관용을 베풀어 달라는 무언의 시위 (?)이며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이를 애교로 보아 넘긴다. 초보운전자를 배려하는 것이 결국은 자신에게도 득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보운전’이라는 표지가 마치 면죄부나 큰 권력으로 오해하고 과속 운전, 혼잡한 도로에서의 위험한 차선 넘나들기, 무리한 추월 등을 일삼는 운전자는 초보운전자로서의 HONEYMOON PERIOD의 달콤함을 누릴 자격이 없다.

백번 양보하여 무리한 운전으로 인해 본인 신체상의 피해 및 재산상의 피해만 입는다면 인상 한번 쓰고 못 본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인 동시에 도로상에 내놓은 흉기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자동차 운전자의 불법난폭운전은 타인의 재산상의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타인 건강의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기에, 단지 초보라는 이유로 용납되어서도 관용을 베풀어서도 안 된다.

불법난폭 운전자는 운전 경력의 길고 짧음에 관계없이 단속되어야만 한다.

경미한 불법난폭 운전의 경우에는 계도에 그칠 수도 있으나, 아무리 초보운전자라도 심각한 불법난폭운전을 했거나 반복되는 불법 난폭운전자는 면허가 정지되거나 심지어는 취소 될 수 있음이다.

부언하자면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설픈 명분보다는 실리가 우선이라고 집행부의 행보를 두둔하는 회원도 있는 듯하다.

의학적 판단에 따른 전문가의 자율성을 스스로 지켜나가자는 것이 어설픈 명분이라고 폄훼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거니와, 필자를 포함하여 전문가의 자율성을 스스로 지켜나가자는 지극히 타당한 원칙에 공감하는 대부분의 회원들은 결코 동참하지 않을 ‘저가약처방캠페인’이 설혹 시행되어 약제비가 절감되었다고 해도 현재의 정치사회적인 분위기상 그 절감분이 급여확대에 사용될 뿐이지 개별의료수가의 인상에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이제는 알 때도 된 것 아닌가?

어쨌든 명백히 불법난폭운전임에도 불구하고 올바른 운행을 하도록 조언하고 지적하는 승객 및 행인에게 초보운전기간이니 덮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고 본질을 호도하는 분들이 몇 분 있음은 자유민주사회의 다양성이라고 아량을 베풀도록 하자.

그러나 더 심각한 불법난폭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꾸짖고 계도하는 분들이 본질을 호도하는 분들을 피해 광장을 떠나는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한다.

승객이 외면하는 운송수단은 처치 곤란한 고철 더미에 불과하듯이 회원이 외면하는 협회는 존재 가치가 없음을 명심해야만 한다.

그래서 소위 ‘저가약 처방 캠페인’은 철회되어야만 한다.

2006.6.5 개포동에서

외과 개원의 주 수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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