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in Korea 유감-참된 두뇌한국 원하는가

이숭덕
발행날짜: 2006-06-19 08:34:25
  • 서울의대 이숭덕 기획실장(법의학)

가끔은 생각해본다. 우리 몸의 값어치는 얼마나 하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예부터 몸이 1000냥이라고 하면 눈은 900냥이라고 하였으니 당연히 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도 하니. 그런데 이비인후과의사 가운데에는 눈의 값어치가 과대평가되었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수적으로 보거나 기관들의 적절한 배치를 본다면 당연히 耳鼻咽喉(口)의 값어치가 낮게 평가되었다는 주장에는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이처럼 각자가 생각하는 바에 따라 그리고 전공에 따라 다른 주장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기들 가운데 심장이나 뇌가 으뜸이라는 주장에 반론을 펴는 사람을 많지 않을 듯싶다. 사람의 죽고 사는 문제도 결국 심장이나 뇌의 생존 여부로 판단한다. 그만큼 뇌는 중요하다.

사람에서 뿐만 아니라 모든 기관 나아가 국가에서도 무엇이 뇌의 기능을 담당할지, 나아가 그 기능을 원활히 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중요하다. ‘BK(Brain Korea)21’이라는 사업이 있다.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이라고도 한다.

세계적 수준의 대학원 육성을 통해 대학의 연구력을 증진시키는 동시에 학문후속세대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부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온 국가적인 사업이다. 지난 1999년부터 7년 동안 진행되어 온 1차 사업이 올해 종료되고 이제 2차 사업이 막 시작하려 한다.

대학은 우리의 삶을 풍요하게 하는 지식과 기술을 생산하는 기관이며,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며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함을 고려하면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지난 1차 BK21사업은 매우 효과적으로 진행되었다는 평이다. 이를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과학기술논문 색인(SCI)급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BK21사업 과학기술 분야에 참여하는 1,500여 교수의 SCI급 국제 학술지 게재 논문은 사업 시작 전 3,765건에서 사업 5차 연도에는 7,477편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같은 논문 수는 우리나라 전체에서 발표된 SCI급 국제 학술지 게재 논문의 약 40%를 차지한다. 대학원 석·박사 과정생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이들이 더욱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한 점도 훌륭하였고, 그 결과 대학원생이 SCI급 국제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 지난해에만 4,300여 건에 이른다.

당연히 이러한 사업은 진행되어야만 한다. 대학과 나라를 튼튼히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시작하는 2차 BK사업은 이런 바램을 저버리고 있다. 시야가 넓지 않은 기초의학자로서는 모든 분야가 이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다. 그렇지만 의학 분야에서의 2차 BK사업은 시작단계에서 여러 모순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의학은 물론, 기초의학마저도 과학 영역에서 제외되었다. 2차 사업에서는 과학의 학문분야가 기초와 응용으로 나뉘어 있고, 생명과학 분야 중 생물은 기초과학으로 한의학, 약학, 수의학, 생명공학은 응용생명 분야로 의학은 전문서비스 인력양성으로 구분하였다.

의과학자를 양성하며 실제로 대부분 이공계 출신의 대학원생이 연구하는 기초의학이, 의사인력을 키우는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음은 어떠한 노력을 하여도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기초의학의 지원 규모를 이와 무관한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비율대로 삭감하였다. 의사 양성 프로그램과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데도 불구하고 의사 양성 프로그램과 억지로 연계하여 의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에 전문대학원 전환 비율을 적용하여 삭감하였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강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시작되었다는 배경을 고려한다면,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하여 타협을 이룬 지금 당연히 애초의 기형적 운영은 개선되어야 한다. 더욱이 대학마다 특성이 달라 의과학자 양성에 대한 비중은 다르다.

그리고 의학전문대학원 전환 비율에 따른 삭감을 하지 않아도 의학에 대한 투자는 다른 분야에 비하여 작다. 다른 분야에서는 전체 대학원생 10명에 대하여 약 1억원이 지원되며 지원금의 상한선이 대개 큰 대학 해당 분야 전체 대학원생의 100%가 지원받는 금액과 유사하거나 상회하는데 비해, 의학의 경우에는 전문대학원 지원금 제외한 학술대학원 지원액 상한선을 (전환 비율에 따른 삭감이 없다고 해도) 20억원으로 정함으로써 전일제 대학원생(대부분 이공계 출신 학생임) 총수가 약 200명 이하의 대학원에나 적합한 금액이다.

BT가 국가 성장동력으로서 중요하고 의학이 그 중추 역할을 하여야만 한다는 당위성이나, 의학을 국가경쟁력으로 삼겠다는 사업의 취지와는 부합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2기 BK의 1단계 사업계획이 거의 확정되었다고 이를 외면하는 듯한 인상이다.

적절한 대우를 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역할을 요구할 수는 없다. 참된 한국의 두뇌를 원한다면 적절한 조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잘못이 있었다고 느끼면 하루 빨리 고치는 것이 잘못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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