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대급여화 정책, 절반의 성공

고신정
발행날짜: 2006-09-04 06:45:54
"내 얼굴 보고 찾아온 환자한테, 어떻게 질 낮은밥을 줍니까? 밑져도 원래(식대급여화 전)하던데로 할 수 밖에요"

식대급여화 정책이 시행 3개월만에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최근 공단이 발표한 설문자료에 따르면 입원환자의 99%가 급여화된 식사를 제공받고 있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이 급여식 질에 만족하고 있는 상태.

그러나 이 같은 성과의 이면에는 의료계의 희생과 노력이 숨어있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대부분의 개원의들은 수익악화를 감수하면서 식대급여화 이후에도 급여화 이전과 같은 식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환자들에게 질 낮은 밥을 줄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

개원의들은 "환자식은 단순히 한 끼 밥이 아니라,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A의원 원장은 "나를 믿고 찾아온 환자, 매일 얼굴을 대하는 환자에게 정부정책이 바뀌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형편없는 식단을 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조금 손해를 보더라고, 환자들의 식단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개원가에서는 환자의 불만이나 갈등이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식단을 바꾸기가 더욱 조심스러운 상황.

B의원 관계자는 "먹을 것 가지고 환자와 승강이를 하는 것도, 괜한 갈등으로 인해 환자들이 다른병원으로 이탈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며 "대부분의 의원들이 같은 생각으로 손해를 감수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대급여화 정책이 빠른 시일내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의료계의 희생과 손해를 담보로 한 결과라면 결국 반쪽짜리 성공에 불과하다.

언제까지고 의료계의 희생에만 기댈 것인가.

정부는 지금의 성과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의료계의 노력과 희생을 돌아보고 그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국민-의료계가 상생할 수 있는 대안 없이는, 식대급여화 정책의 성공도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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