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산업화와 금융전문가

조상헌
발행날짜: 2006-09-14 06:51:40
  • 서울대 강남센터 조상헌 부원장(내과 교수)

서울대병원은 공공선 측면의 보수성을 강하게 가진 국립병원인데다가, 의료는 숭고한 인술이라는 다소 지나친다 싶을 정도의 엄격한 의사상을 가지신 부친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의료를 하나의 서비스 상품으로 규정하고, 수입 창출 측면에서 접근하고, 거시적 측면에서 의료 서비스를 공공 규제의 틀에서 풀어 영리 산업화하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났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수 년간 진료를 하는 의사로서 병원 경영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산업 영역과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해외 의료 기관과의 협력 등을 진행하면서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라는 대세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이 변화가 전반적인 의료 행태구조에 순기능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이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최근 시작한 강남센터 내 ‘지속경영’ 연구모임의 자료를 보면 미국 의료 서비스 기관의 인수 합병 시장의 규모는 2005년 기준으로 523건 47조원에 이른다. 주요 인수합병 산업군인 것이고 이것은 미국에서의 의료는 부분적으로는 이미 규제 산업의 틀을 넘어 영리화 된 것을 상징한다. 치열한 경쟁과 생존을 위해 먹고 먹히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예로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확장을 이룬 미국의 대표적인 병원 그룹인 HCA/Columbia는 1988년 변호사와 금융전문가 2인이 설립한 회사인데 93년부터 95년 3년 동안만 300개 이상의 병원을 인수 합병하여 97년 주식 가치가 44조에 이른 350개의 병원을 거느린 회사로 성장하였다.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가 비영리병원에 대한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문제가 되어 미국공정거리위원회 등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회사는 올해 대표적인 미국 기업금융회사에 인수되었다.

의료 서비스의 산업화에 있어 앞에 언급한 인수합병을 포함한 다양한 시장경제에 기초한 경영 기법들은 영리적 측면에서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으나 의료 서비스의 본질적인 공공성을 크게 훼손 시킬 수 있고 이는 미국의 여러 예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의료전문가가 배제된 일반 금융 및 법률 전문가에 의해 주도되는 의료 산업 개편은 의료 서비스의 구조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앞으로 다가올 의료산업 개편을 큰 시장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는 회사나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물론 대다수가 금융 경영전문가나 변호사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의료인들이 현재의 생존 경쟁에 지쳐 미래의 변화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하는 면이 없지 않다. 이런 와중에 의료 영역의 대표적 기관인 서울대병원과 의협이 공동으로 ‘의료경영고위과정’(A.H.P)을 최근 개설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닌 수 없는데, 이런 균형감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설되기를 바란다.

최근 'Medical Tourism'이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말 그대로 여행과 의료서비스의 결합을 표현하는 말이다. 싱가폴, 태국, 인도, 그리고 말레이시아가 Medical Tourism를 하나의 서비스 산업으로서 적극 추진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이다.

의료전문가 배제된 인수합병 '공공성 훼손'

강남센터의 금년 심포지엄의 초청연자가 원장으로 있는 범릉랏 병원의 경우 연간 방문 환자 200만중 30만명이 150여개국에서 온 해외 환자라고 하니 지속적인 성장을 감안할 때 상기 아시아 국가들의 Medical Tourism 비즈니스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투자 전문회사들이 2006년 세계 주식 전망에서 향후 10년간 세계 증시를 주도할 중심 빅 3 종목이 에너지, 나노, 그리고 건강인데 인도 아폴로병원, 싱가포르의 파크웨이, Raffles Hospital등 신흥시장의 병원 체인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의료산업은 매우 노동집중적인 사업이다. 병원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능 인력들이 움직여야 한다. ‘인사가 만사다’ 곧 인력관리의 중요성이 병원경영에 참여하는 의사로서 느끼는 가장 중요한 점이다.

의료서비스 산업화와 공공성 강화의 균형 발전 측면과 규제 완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규제가 풀리고 균형적인 산업화의 길이 열린다고 해도 준비된 경쟁력 있는 인력이 존재하지 않으면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상기 국가와 비교 시 수술 등 의료 기술의 수준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사료되나 Medical Tourism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의 외국어 능력 향상, 효율적인 협진 체계 구축, 그리고 다각적인 의료 서비스 상품 개발 및 홍보 진행을 위한 의료 마케팅 전문화 등 현실적으로 강화해야 할 부분이 많고 이 부분의 전문가들이 교육 양성되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미국 영리형 병원의 무차별적인 비영리 병원 인수합병의 모습을 보면 우리는 병원 내부에 단순히 영리적 측면만이 아닌 공공적 측면과 산업적 측면을 균형적 시각에서 볼 수 있고 대처할 수 있는 금융전문가를 양성하고 통합적인 금융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의료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핵심에는 ‘인재양성’이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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