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 여파에 복지부, 타과 활용 카드 언급
응급의학회 "직업적 사명감 타격…전문의 이탈 가속"
보건복지부가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응급의료센터 중단 위기에 대해 타과 인력 활용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대한응급의학회가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적은 보상과 민형사상 엄청난 부담을 안고서도 응급실을 지킨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게 오히려 보건당국이 나서 직업적 자존심과 사명감에 큰 상처를 줬다는 것.
존재감이 부정당한 만큼 전문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되고 이에 응급의료체계의 붕괴도 머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한응급의학회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의 응급의료 관련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상황이 더 열악해진 응급실에 대해서 "전공의가 빠져나가서 응급의료센터 교수님들의 피로도가 굉장히 높고, 응급의료센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응급의료센터 상황을 살피고 있고,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학회는 "정부의 일방적 의료 정책 추진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의료 현장의 혼란 속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료 현장을 힘겹게 지켜 왔다"며 "정부의 응급의료에 대한 인식의 수준과 해결책이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하니, 참으로 답답하고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24시간 응급의료 제공 중단이 발생한 속초의료원,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에서는 다른 전문 과목 인력 활용을 생각하지 못했겠냐"며 "해당 병원의 다른 전문과목의 전문의가 응급 환자 24시간 야간, 휴일 진료를 시행하면 해당 전문 과목의 외래, 입원, 수술 환자는 누가 진료하겠냐"고 반문했다.
적은 보상과 더불어 현재 의료 현실에서 수시로 벌어지고 있는 민, 형사상 엄청난 부담이 있어 다른 전문과목 전문의가 응급실 진료를 선뜻 하기 쉽지 않다는 게 학회 측의 판단. 복지부의 발언은 미봉책에 그친다는 것이다.
학회는 "대동맥 박리 진단을 놓쳤다고 징역형 집행유예와 그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면허 취소를 당하고, 다른 사례에서 최근 17억원의 민사 소송 배상이 판결된 바 있다"며 "응급의료를 너무 쉽게 생각하지만 타과 전문의는 응급실로 몰려오는 온갖 다양한 응급, 비응급 환자들을 빠른 시간에 진료하고 응급처치하는 것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만큼 전문성을 가지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학회는 "따라서 타과 전문의는 자신의 전문과목 진료 대상 환자는 진료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환자에 대한 대처는 어렵다"며 "응급의학과 외에 다른 전문 과목의 인력도 활용할 수 있다는 언급은 그나마 응급의료센터, 응급실에서 24시간 야간과 주말, 휴일을 응급환자와 가족들의 곁을 지키고 있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직업적 자존심과 사명감에 큰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을 막기는커녕 더욱 가속화시켜 응급의료체계는 걷잡을 수 없는 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국가 응급의료체계는 반드시 유지돼야 하며, 현재 응급의료 현장을 지켜내기 위한 정말 실질적인 대책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