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진기 칼럼]"바이오뽕 맞아 보신적 있나요?"(113편)

백진기 한독 대표
발행날짜: 2024-11-04 05:00:00

10월초 대한병원협회에서 주최한 'KHF 2024,국제병원-헬스테크'에 수상수여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어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국제병원의료산업 박람회를 둘러 보았다.

주최측에서 마련해준 3번 테이블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원테이블에 같이 앉으신 분들은 모두 큰 병원의 병원장님들이셨다.

운 좋게 바로옆 자리에 그 유명한 원로 병원장님이 자리하셨다.

외과의로서도 그 명성이 어마어마하신 분이다.

자리하자마자 어색한 분위기를 깨는 것은 역시 '의사파업'이었다.

내내 그분은 음식을 다 못드시고 치울 정도로 많은 얘기를 들려 주셨다.

그중에 인사쟁이인 내게 '선물'을 들려 주셨다.

그 선물을 다 전달하지는 못하지만 요약해 본다.

"정부나 국민들이 의사들을 잘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그냥 돈에 매어 그렇게 오래 의사파업을 하는 줄 안다.

그렇지 않다.

공부 좀 해서 의대에 들어오는 것은 맞다.

그러나 다른 전공 학생들처럼 평범하다.

내가 뭐를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의대생이 의사가 되면 달라진다.

'어 평범한 내가 사람을 살렸네?' 자존감이 확 높아지는 순간이다.

진짜의사가 되면 더 달라진다.

'진짜'의사는 어떻게 되는가?

'주기적으로 뽕(필로폰)을 맞는다?'

진짜 필로폰이 아니고 몸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바이오 뽕'이란 말이다.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맛을 본 의사가 느끼는 그 '희열'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다.

그 극한 희열이 바이오 뽕이고 그것을 계속 맞는 것이 의사다.

많은 학생들이 이런 꿈을 안고 의대에 입학한다."

법률가들이 판치는 정부에게

돈 때문에 저러고 있는 거야 싸잡아 욕하는 이들에게

광고에서 듣던 원로배우 신구의 "느들이 이 맛을 알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회사에 내방에 와서도 내내 그분의 음성이 들렸다

"우리는 바이오 뽕을 맞고 사는 사람들이야"

"느들이 이맛을 알아?"

매일 뛰는 분들에게는 러너스 하이 (runners’ high)란 말이 있다.

누구에게는 뛰는 것이 '지옥'이지만 이 분들에게는 '바이오 뽕'이다

나도 장교시험 볼 때 2000m뛰는 것을 끝으로 오래뛰어 본적이 없다.

그래서 그 기분을 모른다.

마라톤을 밥먹듯이 하는 친구들에게 물으면

러너스 하이는 헤로인이나 모르핀을 투약했을 때 나타나는 의식 상태나 행복감과 비슷하다고 한다.

다리와 팔이 가벼워지고 리듬감이 생기며 피로가 사라지면서

지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새로운 힘이 생긴다고 한다.

그 원장님의 말들이 나를 되돌아 보게 한다.

나도 그맛을 느낀 적이 있나?

얼마나 자주 느끼고 있나?

나는 내가 겪었던 어렵고 복잡한 일을 정말 혼신을 다해 달성했을 때 느낀 그 만큼의 희열 정도로

그들이 겪는 '러너스 하이'와 '바이오 뽕'의 느낌을 추측할 뿐이다.

회사 일로 '러너스 하이' '바이오 뽕'을 맞은 적이 있는가?

있다면, 그 업무하는 맛을 느낀 것이고

계속 있다면, 그는 의사와 같이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이다.

지금 나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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