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중상모략으로 번진 암검진 내시경인증의 대상 확대 논란
소화기 13개 유관 학회, 저하 우려 맹공…학술적 근거는 '전무'
국가암검진 내시경인증의 대상 확대를 두고 소화기 유관 학회들이 일제히 반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외과·가정의학회에 대한 인증의 자격 부여는 '의료사고 증가', '국민의 생명 위협'과 같은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 반면 국가암검진 내시경 검사의 30%는 외과·가정의학과가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거가 없는 중상모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각 학회별 주장의 배경 및 학술적인 근거에 대해 살폈다.[편집자 주]
<상> 소화기 전문학회 아니면 내시경 위험하다? "근거 없어"
<하> 그들은 왜 싸우나…밥그릇 싸움 논란된 이유는
"내시경의 질적 수준을 떨어뜨리고 관련 의료사고 증가가 초래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 변경이다."
"내시경 사업을 무너뜨리고 수준을 떨어뜨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국가암검진 내시경인증의 대상 확대를 두고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암검진 내시경인증의 타이틀을 독점하고 있던 소화기 유관 학회들이 일제히 '질적 수준 저하', '의사사고 증가', '국민의 생명 위협'과 같은 경고성 문구로 타과를 사실상 '돌팔이'로 매도하고 있기 때문.
그간 의학 계열 학술단체들은 단체 특성상 학술적인 근거 및 논리로 주장을 해왔던 반면 이번엔 중상모략에 가까울 정도로 수위가 한참 높아졌다는 점에서 기현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문제는 매도의 대상이 된 외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 현재도 국가암검진 내시경 검사를 수행하는 주체라는 것.
2021~2023년 국가암검진 내시경 검사를 수행한 의사의 약 30%가 외과나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이기 때문에 소화기 유관 학회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현행 시스템은 의료사고 증가나 국민의 생명 위협과 같은 문제점에 노출돼 있는 것이 된다.
그들은 왜 싸울까. 아니, 그보다 인정 자격 확대로 인해 실제 국민에게 닥칠 피해가 있을까. 국가암검진 내시경인증의 대상 확대를 둘러싼 주장의 근거와 맥락을 살폈다.
■타과의 국가암검진 내시경은 돌팔이? "오히려 혜택"
논란의 시작은 지난 10월 암검진 전문위원회 회의다. 위원회는 안건 상정을 통해 투표 방식으로 대한외과학회 및 대한가정의학회의 인증 자격을 내시경 시술 자격으로 인정키로 결정했다.
이에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대한간학회 등 소화기 유관 13개 학회는 "소화기 내시경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소화기 내시경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복지부 공무원들, 예방의학 교수들, 시민단체, 종양내과 교수들이 투표로 이를 결정했다"며 "이는 의료 농단과 교육 농단을 초래한 일방적인 의대 증원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내시경 시술 중에는 수검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기본적으로 내과 전문의 수련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가정의학회와 외과학회는 왜 대상자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을까.
암검진 평가지침서의 내시경학 분야 평가는 ▲인력 ▲과정 ▲시설 및 장비 ▲성과관리 ▲소독 ▲진정 항목으로 나뉜다.
인력 평가의 경우 "적어도 1년 이상의 지도하 내시경 수련을 받은 전문의 또는 위내시경 및 대장내시경 시술 경험이 있는 의사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한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1년 이상의 지도하 위내시경 수련을 받은 전문의, 500건 이상 시술 경험이 있을 경우 만점(15점)을 받을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은 근거 자료의 인정 범위에 있다. 근거 자료로 인정되는 것은 소화기내시경 세부 전문의 인증서 또는 1년 이상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인정한 수련병원에서의 내시경 수련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로 한정하고 있다.
이어 최근 3년 동안 내시경 의사 인력이 최소 12시간 이상의 내시경 관련 연수교육을 이수했는지 평가하는 항목도 내시경 관련 전문학회(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의 연수교육에 한정해 근거 자료로 인정한다.
이와 관련 가정의학회 관계자는 "이와 같은 조항은 마치 특정 과만이 내시경 수련을 받고 내시경 시술 경험을 갖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비단 가정의학과 뿐만 아니라 외과 의사도 내시경 수련을 하고 있고 내시경 시술 경험이 있어 특정 과에 치우친 문항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인증 자격 대상자 확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는 "가정의학회는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해 왔고 내시경 검사는 위암과 대장암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매우 중요한 검사로, 많은 가정의학전문의가 일차의료 의원과 검진센터 등에서 내시경 검사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시행해 왔다"며 "조기 위암을 발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인자는 충분한 내시경 검사 시간이고 이는 대장암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급속히 증가하는 노인인구의 우리나라 인구 구조 속에서 특정 과에 치우친 내시경 검진 의사만으로 적절한 내시경 검사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해 내시경 경험이 충분하고 역량있는 의사의 인정의 획득이 늘어난다면 검사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조기 위암뿐만 아니라 전암성 병변의 발견을 더 증가시켜 오히려 국민 건강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고 검진의 대기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과만 중요하다? 내시경 진단율, 부작용에 미치는 요소 다양
실제로 국제학술지 BMJ에 발표된 연구(doi: 10.1136/bmjgast-2017-000142)는 이같은 논리를 뒷받침한다.
선행 연구에서 대장내시경 검사 철회 시간(WT)이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 검출률(PDR)과 선종 검출률(ADR)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대리 지표라는 것을 나타난 것에 착안, 실제 검사 시간의 증가가 용종 발견에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한 것.
해당 연구에서 내시경 철수 시간을 6분에서 8분 이상으로 연장했을 때, PDR이 22%에서 42%로 검출률이 90% 증가했고, ADR은 14%에서 33%로 136% 증가했다.
소화기 유관 학회는 "일반 국민들은 내시경 시술복을 입은 의사라면, 정부에서 제공하는 국가암검진이라는 사업명만으로 국가암검진 내시경 의사는 모두 소화기내시경 전문의사라고 생각한다"며 "일반 국민은 국가암검진 내시경 검사를 수행하는 의사에 대한 정보가 제한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국가암검진 내시경 검사를 수행한 의사의 약 30%(3845명)가 외과나 가정의학과 의사임을 피검자들은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며 "안전하면서도 정확한 국가암검진 내시경 검사를 제공받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기에 국가암검진 내시경 검사를 수행하는 의사가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인지 아닌지에 대한 정보는 국민들에게 꼭 제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타 과의 내시경 검진이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인에 많이 발병하는 위암에서 상부위장관 내시경 검진을 통해 위암 발병 후 5년 생존률 증가로 이어졌음은 국가암검진 사업을 통해 밝혀졌고 소화기 유관 학회가 우려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고 있는만큼 그들의 주장은 허구라는 게 가정의학회, 외과의 판단이다.
외과학회 관계자는 "물론 내시경의 과정에서의 천공 발생 위험은 시술자의 전문성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지만 발생 비율 자체가 워낙 극소수"라며 "따라서 이에 대한 것이 실제로 과에 따른 특성인지, 개인 숙련도에 따른 특성인지, 다른 변수에 의한 것인지, 환자 특성에 기인한 것인지 밝혀내는 것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상부 위장관 내시경의 천공 발생률은 2500~1만 1000명 중 1명으로 보고되며, 오히려 협착이나 종양과 같은 환자 상태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
특히 진단이 아닌 치료적 내시경에서 천공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단순히 타과에서 시행하면 천공 발생 위험이 올라간다고 주장하긴 어렵다는 것.
치료적인 내시경이 주로 병원급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병원급에서의 천공 위험도 상승이 관찰되는 등 종별 특성 반영과 같이 다양한 요소를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2022년엔 국내 첫 전국 단위 내시경 합병증 전수 조사 결과가 공개된 바 있다(doi.org/10.3346/jkms.2022.37.e24).
진단을 위한 위 내시경은 의원급에서 가장 많이 시행(44.1%)됐고, 진단적 대장 내시경도 개원가에서 가장 이뤄졌지만(45.1%), 우리나라의 내시경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에 속했다.
전체 진단적 내시경의 합병증 비율이 0.065%, 치료적 내시경은 0.131%에 불과했다.
위험도는 의료기관 종별로는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개원가와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간에 차이가 나타난 것.
실제로 위 내시경을 보면 의원급의 경우 출혈 발생률이 0.490%, 천공 발생률은 0.059%를 기록했고 병원급은 각각 2.228%, 0.652%로 다소 올라가는 경향을 보였다.
이어서 종합병원은 출혈이 4.164%, 천공이 0.870으로 또 다시 비율이 올라갔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각각 3.156%, 0.558%를 기록했다. 결론적으로 종합병원에서 출혈과 천공 발생률이 가장 높았다.
대장 내시경도 마찬가지로 의원급에서 출혈 발생률은 0.128%, 천공 발생률은 0%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어 병원급이 출혈 0.088%, 천공 0.004%로 집계됐고 종합병원은 각각 0.262%, 0.009%를 기록했으며 상급종합병원은 0.479%, 0.030%으로 분석됐다. 결론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합병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와 관련 가정의학회 관계자는 " 내시경 검사에서 환자 안전은 최우선 과제"라며 "진단적 위내시경 검사를 예를 들면 출혈의 경우 0.02~0.1%, 천공은 0.01% 이하의 빈도로 극히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는 검사"라며 "환자의 기저 질환과 복용 약물에 따라 그 위험도가 증가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발적인 출혈이나 천공이 발생하더라도 환자의 사망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높지는 않지만, 진정 내시경의 경우 환자의 사망례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며 "학회 차원에서 내시경 교육 수련 지침 상 세부 교육을 실시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시경 검사 및 치료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과 그 효과적인 대처법(내시경적 지혈술 등)을 숙지하도록 돼 있고, 정기적으로 출혈이나 천공 등의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특히 진정내시경 시 진정 전 환자 평가, 진정 중 환자 모니터링, 진정 후 환자 퇴실 기준 및 진정으로 인한 응급 상황 대처 방법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