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은 다 똑같아”

이창열
발행날짜: 2004-03-29 06:39:33
경기도의사회 정복희 회장이 회장 당선을 위해 후보시절 회원들을 찾아다니며 약속했던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날려 대의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경기도의사회 27일 대의원총회에서 집행부가 대의원들에게 심의 의결을 요구해 확정된 올해 예산안에는 상근 회장의 판공비를 ‘업무활동비’ 항목으로 현행 월 5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포함됐다.

또한 예산서상 이에 대한 전년도 대비 증감분 항목에는 ‘-‘로 증감분이 없는 것으로 표기했다.

정복희 경기도의사회장은 2003년 2월 후보 당시 “허허롭게 상근하며 여러분의 피와 땀인 회비는 우리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겠다”며 “지금의 회칙을 고쳐서라도 과다한 보수는 안 받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3월에는 모의사회 정기대의원총회에 당시 전임 회장과 함께 배석한 자리에서 “누구처럼 회원들의 피 땀인 회비로 판공비는 단 한푼도 받지 않겠다”고 말해 전임 회장을 사실상 공개적인 자리에서 면박을 주며 전임 집행부를 공격하는 빌미로 삼는 한편 민초회원들의 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회원들의 박수는 당시 회장에 대한 질타와 야유 보다는 정복희 회장 후보자의 민초 회원들을 위하는 결연한 의지에 대한 지지와 성원의 의사표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27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성원 미달로 무산된 회칙 개정안 어디에도 회장의 보수 관련 개정안은 찾아 볼 수 없었으며 오히려 예산안에는 100만원을 올려 후보시절 그렇게 공격했던 전 집행부와 보수를 동일하게 받고자 하는 의지만이 있을 뿐이었다.

대한의사협회장을 비롯하여 시도의사회장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금쪽 보다 더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의사회일을 하는 모든 의사들은 참으로 대단한 봉사와 자기 희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년 넘게, 30년이 넘게 자신이 오랜 동안 일구고 가꾸어온 병원을 포기하고 상근하는 시도회장들은 더욱 그러하며 여기에 대한 적절한 보상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단결과 화합이 중요한 시기에 말(言)과 움직임(行)이 다른 지도자는 스스로 회원들의 분열을 자초하는 것이다.

저녁 5시에 시작한 경기도의사회 대의원총회가 6시간이 넘은 11시가 가까워서야 끝나며 피곤한 몸을 끌면서 집으로 향하는 대의원은 말한다.

“여기나 저기나 정치판은 다 똑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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