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의사회 과징금 처분 유감

발행날짜: 2006-06-11 21:09:58
  •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5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하는 서울시의사회가 납부기한이 임박했음에도 이를 마련치 못해 대한의사협회에 차입금을 요청하는 등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5억원은 서울시의사회 1년 예산의 1/5에 해당되는 금액이라고 한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해 5월경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 발급 수수료 인상기준표를 소속 회원들에게 배포하였다는 이유로, 1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 납부처분을 받았다.

의료기관의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의 수수료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정하는 보험급여대상이 아니므로 개별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하는데, 서울시의사회가 발급수수료에 관한 기준표를 회원들에게 배포한 것은 담합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이다.

서울시의사회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하니, 과징금처분의 구체적인 부당성은 앞으로 소송절차 등에서 다투어질 것이다.

여기에서는 의료기관의 진료비 등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우리나라 의료현실에 비추어 타당한지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공정거래법)의 목적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조장하고 소비자를 보호’함에 있다(제1조). 따라서 공정거래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고 있어야 한다.

그럼 현재의 의료시장은 과연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요양기관으로 자동 지정되어 있고, 의료인은 거의 모든 진료행위에 대해서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가격대로 진료비 등을 청구하여야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아니한 의료행위도 ‘신의료기술 결정제도’를 통하여 통제를 받고 있다. 약제비, 치료재료대도 고시된 가격 이상으로 받아서는 아니된다. 의료기관의 창의적인 기업활동(즉, 영리추구행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현재의 의료시스템을 ‘사회주의 의료제도’라고 부른다.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너무나 복잡하고 방대하며 자주 바뀌어, 의료인은 물론 전문가들조차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기준과 달리 진료비를 청구하면 ‘부당청구’라고 하여 엄한 제재가 뒤따른다.

당시 의료인들은 증명서 발급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를 받아야 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증명서 발급수수료를 받지 아니한 의료기관도 많았다고 한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러한 회원들을 위하여 증명서 발급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적절한 수준의 수수료를 안내한 것에 불과하다.

의료기관 간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할 목적은 전혀 없었으며, 그로 인하여 자유로운 경쟁이 저해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은 현재의 의료시스템 하에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통제된 의료시스템 하에서, 공정거래법의 엄격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에 비추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의사들이 좌절하는 이유는 과징금의 액수 때문만이 아니다.

매주 의료법률칼럼을 게재하는 현두륜 변호사는 메디칼타임즈 독자들을 위해 법률상담서비스를 실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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