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아프냐고 XX야! 의사가 의사다워야지"

발행날짜: 2010-09-04 06:50:59
  • 환자 행패 녹취록 입수…피해 공보의 "너무 무서웠다"

"임마!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는 알고 (진료)하느냐고? (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프냐고 X같은 XX야! 의사가 의사다워야지. 이 XXX야."

충남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보의 A씨는 2주전 진료 중이던 환자로부터 입에 담지 못할 폭언과 함께 폭행을 당할 뻔 했다. 이 환자는 심지어 진료실에 있던 모니터를 던지려고까지 했다.

A씨는 3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통화에서 '매 맞는 공보의' 문제의 심각성이 어떤지 알리기 위해 당시 상황을 녹취, 그 파일을 공개한다고 했다.그는 종종 이런 시비를 겪은 터라 녹음기를 미리 준비해놓고 있었다며 운좋게 녹음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A씨의 구술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정리해본다.

한 50대 후반의 환자를 받기 전까진 A 공보의의 일과는 평일과 다름없었다. 모기에 물린 듯 눈이 부어서 온 환자를 진료 후 약을 처방해 줬다. 이때 문제가 터졌다.

"약은 알고 처방하는 거냐?"

대뜸 환자가 반말을 했다. 당황한 공보의는 환자를 다시 쳐다봤다. 자세히 보니 술기운이 느껴졌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환자가 생각하기에 처방해준 약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A 공보의는 아침, 저녁 복용할 약을 처방해 주며, 일단 약을 드시고도 낫지 않으면 안과에 가보라고 했다. 하지만 환자는 막무가내였다. 안과 수준의 전문적인 진료를 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반말로 시작한 언사가 욕설로 바뀌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급기야 'XXX야' 'X같은 XX야'라는 모욕적인 욕설이 튀어나왔다.환자는 멱살을 잡고 공보의를 벽에 밀치는가 하면 모니터를 집어들고 던지려고도 했다.

A 공보의는 당시를 회상하며 "너무 무서웠다"고 심정을 전했다.

이런 일이 종종 겪냐는 물음에 "종종 있는 일는 일이지만 매번 겪을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쾌한 심정을 피할 수 없다"고 전했다.

주로 '약이 없다'거나 '진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비를 거는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공보의가 공무원 신분이다보니 많은 공보의들이 민원이 들어오진 않을까 전전긍긍한다"며 "타 지역에서는 폭행 사건이 일어나더라도 시끄러워지는 것을 우려, 윗선에서 공보의에게 그냥 먼저 사과하고 넘어가라는 식으로 압력을 행사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A 공보의는 열악한 근무 여건을 개선하지 않고는 환자에 대한 진정한 의료 서비스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소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없이는 그저 '환자가 무서워' 달라는 대로 약을 주고, 방어진료를 하게 되는데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다수의 일반 환자에게 떠 넘겨지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는 '환자 난동'이 보건소의 일상 풍경이 되는건 아닌가 우려스러운데도 공보의를 진료실에서 보호해 줄 장치가 전무한 현실에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A 공보의는 "공보의에 대한 폭력이 '공무집행 방해'라는 인식이 생기기 위해서라도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의료인폭력가중처벌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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