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치료엔 공부보다 쿵푸입니다"

발행날짜: 2010-09-06 06:46:57
  • 국내 첫 의료무협소설 감수 오연상 원장

교과서보다 무협지를 먼저 읽게 된 한 소년이 있었다. 그 첫 만남은 월탄 박종하의 <삼국지>. 한자까지 섞여나와 30%도 채 이해하지 못했지만 소년은 얼핏얼핏 나오는 묘한 분위기가 좋았다.

무협지만의 매력에 빠진 소년은 모든 무협지를 섭렵하기 시작했다. 40년이 넘게 지속된 오랜 취미이자 집착이었다.

한창 때는 무협지를 써보고 싶다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다독만 했을 뿐 문학적 기교는 영 '꽝'이었다.

세월이 흘러 소년은 '펜' 대신 '메스'를 잡게 됐다. 의사가 됐으나 가슴 속 작은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의학적 지식을 활용, 당뇨를 주제로 무협지를 써보자는 기발한 생각을 했다. 그 지난한 작업의 결과물이 바로 한 사이트에서 연재 중인 <대당협전기>.

내용은 간단했다. 주인공 인수린과 당요와의 싸움을 그린 우화적 형식으로 풀어낸 무협지인 것. 바로 <대당협전기>의 감수를 맡은 오연상 내과 원장 이야기다.

"7살 때부터 무협지에 빠져들었습니다. 무협지가 가진 분위기에 매료된 거죠. 무협지를 읽는 습관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취미를 의학적 지식과 접목시켜 무협지를 하나 써보면 어떨까라는 구상을 하게 된 거지요."

그는 스토리와 전체적인 기획을 한 후 소설가로 일하고 있던 고등학교 선배에게 <대당협전기>를 써줄 것을 부탁했다. 오연상 원장이 감수를 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대당협전기>의 80~90%는 오연상 원장의 아이디어와 구상이다. <대당협전기>를 통해서 말하고자 한 바는 무엇일까.

"'당뇨환자에게 지금까지 먹어왔는 식습관, 행동습관 등이 잘못됐으니 고치세요'라고 해봤자 반발감만 더 키웁니다. 사실 습관이라는 게 한 사람의 삶 전체거든요. 이걸 잘못됐다고 지적하니 그대로 따를 수가 있나요. 그래서 이솝우화나 성경처럼 옳바른 가르침을 주면서도 반발감은 없앨 수 있도록 비유법을 쓰게 된거죠."

이른바 이런 식이다.

"산자락에 위치한 인씨촌(印氏村). 촌장 인투로(印投勞, intro)의 아들 인수린(印秀麟, insulin)은 이른 조반을 먹고는 나갈 채비를 하는 중이었다.…중략…인씨촌의 주민들은 묘한 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병이라고 하기도 뭐한 것이 갑자기 음식을 많이 먹거나 또는 무섭게 물을 마셔대는가 하면, 쉴 새 없이 측소(厠所: 화장실)를 들락거리는 정도였다. 그밖에 특별한 증상은 없었지만 모두가 무기력하고 금세 피곤해져 아무런 일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문제였다."

<대당협전기>의 주인공은 인수린(insulin). 당요(唐姚)가 인씨촌에 독을 퍼뜨리고 위해를 가하자 무술을 연마해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오 원장은 주인공 인수린이 당요에 복수하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건강한 생활 습관과 식습관으로 고쳐야 하는 지 보여준다.

오 원장은 工夫와 功扶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당뇨 치료에는 스스로 체득한 생활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협소설은 고유의 형식이 있어 그 안에서 의학적 지식과 재미의 적절한 선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았다는 오 원장은 현재 44화까지 연재된 소설이 100회까지 나간다고 전했다. 기획 단계부터 100회를 생각했고 이미 다 써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오 원장은 이번 <대당협전기> 연재가 끝나면 다른 질환도 무협지 형식으로 써볼까 생각 중이다. 독자 반응도 좋기 때문이다. 첫회가 연재되자마자 "다음 연재가 기대된다", "주제와 발상이 흥미롭다"는 의견들이 댓글로 달렸다.

오 원장은 당뇨 치료와 쿵푸가 닮았다고 하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가 '학습' '암기'의 의미로 쓰고 있는 공부(工夫)는 사실 중국에선 다른 뜻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공부(功扶)란 '온 힘을 다해 학문과 기술을 몸으로 체득한다는 의미로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공부(工夫)와는 다른 뜻이라는 것이다.

"功扶를 중국식 발음으로 하면 '쿵푸'입니다. 우리가 그저 '무술'로 생각하는게 중국에선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체득하는 과정을 뜻하는 거죠. 당뇨 치료에는 머리로 당뇨 관련 지식을 얻는 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게 공부(工夫)라면 진짜 당뇨 치료는 좋은 식습과, 생활습관을 체득하는 '쿵푸(功扶)'가 필요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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