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반대, 의료산업화 반대로 나아가야"

김종명
발행날짜: 2007-03-20 10:22:18
  • 인의협 김종명 정책국장

의료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의료행위의 정의, 간호진단, 임상진료지침, 유사의료행위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물론 불필요하다고 보진 않는다. 특히 유사의료행위의 허용은 국민건강의 향상에 도움되기는 커녕 오히려 불법적 의료행위만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은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 의료행위의 정의의 문제나, 간호진단, 임상진료지침 등에 관한 의사들의 문제제기는 충분히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의료법 개정을 반대해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가 되기에는 뭔가 논리가 약하다.

지금 정부가 겉으로 주장하는 것처럼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나, 의료의 이용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법률체계의 미비 때문에 의료법 개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와 관련하여 의료법개정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오불관언하다고 이번에 이렇게 급작스럽게 정부가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는 핵심적인, 그리고 유일한 이유는 바로 의료서비스 산업화 때문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는 정부의 의료서비스 산업화 전략의 내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정부의 보고 문건인 [의료산업선진화 전략]과 [서비스산업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살펴보자. 먼저 의료산업선진화 전략은 의료기관 부대사업 확대, 의료기관의 인수합병 허용, 의료광고의 허용, 진료비용공개, 의료기관회계기준강화 등이, 서비스산업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에서는 네트워크 의료기관 활성화, 병원경영지원회사(MSO) 허용, 실손형 민간보험 활성화를 위한 가격계약 및 환자 유인알선 허용 등이다. 이들은 모두 개정의료법에 담겨져 있다.

대체로 많은 의사들은 의료서비스의 산업화를 대세로 수용하거나, 적극 찬성하는 입장에 있는 경우가 많다. 의사와 의료에 대한 국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심리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서비스 산업화는 일부 병원과 보험회사만이 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이며 더욱 큰 문제점은 대다수의 1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동네의원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는 점이다. 부대사업확대, 의료광고, 인수합병, 병원내 의원설립 등은 병원을 타깃으로 하는 조항이며 그것도 적극적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일부 병원그룹만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산업화 전략은 소위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는 의료부문만을 활성화시키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여기에서 국가발전에 도움안되는, 즉 자본투자와 회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1차 의료에 대한 지원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1차의료의 강화라는 말을 단 한번도 쓰지 않은 유일한 정부이기도 하다. 특정 부문만을 집중하여 육성하겠다는 것은 배제되는 부문은 고사시키겠다는 것에 다름아니다. 지금도 의원, 병원, 종합병원이 환자 유치를 위한 전쟁을 치루고 있는 형국에서 의료서비스의 산업화가 초래할 결과는 너무도 뻔하다. 의사협회와 달리 병원협회가 이번 의료법 개정에 찬성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말하는 의료산업화란 곧 1차의료의 위기를 말하는 것이며 국민건강의 위기이기도 하다. 1차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최일선에 담당하는 문지기이며 보건의료체계를 굳건히 지키는 보루이기 때문이다.

개정의료법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또 다른 점은 보험회사의 환자 유인알선의 허용이 초래하는 파국적 영향이다. 노무현 정부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성(?)스런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물의 하나가 이번 의료법 개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개정의료법에는 민간보험사는 의료기관과 비급여 비용에 대해 가격계약을 할 수가 있는데 그 가격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는 보험회사가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행위가 허용된다. 즉,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시 가입자로 하여금 보험회사가 지정한 병의원만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합법화됨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민간보험회사와 계약여부가 병의원에 있어 생존을 결정짓게 된다. 환자유치를 위해서라면 보험회사의 간택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 불공정 계약이 될 것이 뻔하다. 이제 병의원은 보험자본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다. 국가의 통제가 아니라 보험자본의 통제를 받게 되는 셈이다.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좋아할 일은 전혀 못된다.

의료산업화는 다른 산업부문이 그렇듯이 의료부문의 양극화 또한 심화시킬 것이다. 양극화는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특징을 지닌다. 다수는 빈곤의 위기에 처해진다. 대형할인마트의 성공뒤에는 수천의 영세상인의 희생이 있었다. 의료부문도 마찬가지이다. 급격히 조성되는 경쟁적 의료환경이 불안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제 의료법 개정반대는 의사의 자존심싸움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싸움이 되어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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