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룡 이사 "개인 건강관리로 재정 수조원이 왔다 갔다"
재정수지 불안 요소, 의료수요 증가 및 공시가격 하락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라는 정부 기조 아래 재정을 운용하는 건강보험공단은 올해 재정 수지를 흑자도, 적자도 아닌 상태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재정이 마이너스 되는 것만 막자는 것이다.
지난해 기준 건강보험 재정 2년 연속 흑자, 23조원이라는 '역대급' 누적적립금을 기록하고도 건보공단은 올해 재정 추계에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대유행 안정화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가다.
건보공단 현재룡 기획상임이사(이사장 직무대리)는 4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2년 연속 당기수지가 흑자임에도 글로벌 경기침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지속적인 생산인구 감소, 부과체계 2단계 개편 영향으로 올해가 문제"라며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때 올해 재정 수지는 균형을 맞추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 이사는 강도태 전 이사장이 물러난 후 약 한 달 동안 이사장 직무대행을 수행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재정 추계는 건강보험료 인상과 직결되면서 오는 5월 예정된 수가협상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반영하는 요소다. 이에따라 공급자 단체를 포함한 의료계도 건보재정 현황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재정은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현금흐름 기준 당기수지는 3조6291억원을 기록했고 누적적립금도 23조8701억원에 달했다. 직전연도 당기수지 2조8229억원, 누적적립금 20조원 보다 증가한 수치다.
건보공단은 수입과 지출 모두 늘었지만 수입 증가폭이 지출 보다 더 커 재정수지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에도 직장가입자 수가 늘었고 연말정산 보험료도 크게 증가했다. 징수노력도 다각적으로 펼쳐 전년대비 0.3조원을 추가로 징수했음 불안정한 금융시장에도 적립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기준 수익률 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결과라고 자평했다.
그럼에도 올해 재정 수지는 밝지 않은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온 것. 건보공단은 자체 시스템으로 재정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는데, 현 이사는 올해 재정 위협 불안 요소로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코로나19 안정화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가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 공시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입 감소다. 수입 감소액만도 4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는 게 건보공단의 입장이다.
현 이사장은 "최근 외래 중심으로 의료 이용률이 크게 늘고 있다. 미세먼지가 많아지고 하면 의료이용이 급증할 수도 있어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라며 "코로나를 통해 마스크, 손 씻기 등 개인 건강관리가 수조원의 재정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경험했다. 현재 누적적립금은 요양급여비 지급 3.4개월치인데 그렇게 많은 금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통계만 봐도 의료이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증질환자수가 2020년에는 12.6%, 2021년에는 1.2% 감소했지만 지난해는 전년 보다 10.7% 증가했다. 호흡기질환자수만 따로 떼어서 보면 2020년에는 35%, 2021년에는 23.9%나 줄었지만 지난해는 58.4% 급증했다. 환자 숫자도 5100만명으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인 2020년(4200만명)과 2021년(3200만명) 환자 수를 가볍게 넘어섰다.
현 이사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고령화가 되다 보니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출이 크고 수입 요인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며 "당기적으로는 재정을 균형 맞춰 운용하는 게 중요하며 건강한 고령화가 지속 가능한 재정관리에서 중요한 키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급격한 고령화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관리 운영 체계 개선과 더불어 건강보험 제도 및 구조에 대한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라며 "건보재정 제도 및 구조 개편을 담은 중장기 과제는 올해 하반기 수립 예정인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028년까지 계획이 담긴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도해 마련하고 건강보험연구원이 측면 지원하고 있다.
현 이사는 "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구체적으로 논의를 추진해 합리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하고 지원할 계획"이라며 "자체적으로는 매년 재정건전화추진단을 운영해 추가적인 재정 절감을 위해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