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부지법 간호사 골막천자 전담토록 한 병원에 벌금형 선고
의사단체들 최종심에서도 같은 판결 기대 "팀워크 헤쳐 환자 위험"
간호사의 골수채취가 불법 의료행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의사단체들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만연해 있는 진료지원인력 의료행위가 위축될 것이라는 기대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재판부는 진료지원인력(PA)의 골수채취가 무죄라는 원심을 파기하고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했다.
앞서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PA에게 의사 지도 없이 골막천자를 전담토록 한 A대학병원을 2018년 고발했다. 골막천자는 가느다란 침으로 골막을 뚫어 골수를 빼내거나 조직을 생검하는 침습적 행위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서울동부지법은 이 사건을 무면허 의료행위로만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병원에서 PA가 골수를 채취해 환자에게 부작용 등이 발생한 사례를 확인할 수 없고, PA 자격증 취득 과정에 관련 교육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종양 전문 PA가 의사의 지시·위임 하에 골막천자를 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것.
검찰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PA의 골막천자 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원심을 파기하고 A 대학병원에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구해 반드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자체를 간호사가 수행하도록 지시·위임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종양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췄다고 해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이 같은 판결에 A 대학병원이 항소하면서 재판은 대법원까지 이어지게 됐다.
의사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서를 내고 환영의 뜻을 밝히며 최종심에서도 이 같은 법원 판단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는 PA의 무면허 의료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PA가 의료법상 진료보조행위 업무 규정을 넘어 불법 진료행위를 하는 등 의사의 면허 범위를 침해하는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반드시 의사가 해야 할 의료행위를 PA에게 맡기는 것은 의료인 간의 신뢰 관계를 훼손해 환자의 안전을 침해한다고 우려했다. 또 미래 의료인력 양성 공백을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법원 판결을 존중하며 2심에서 1심 판결에서 나온 무죄 논리가 모두 반박된 만큼, 향후 대법원에서도 기존 판결이 유지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의협은 "본 협회는 PA 문제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및 강력한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불법적인 의료행위가 벌어질 경우 앞으로도 강력히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이번 판결의 취지가 향후 발생되는 유사한 무면허 의료행위 사건에 동일하게 적용됨으로써 올바른 의료질서가 확립됐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소송을 제기한 병의협 역시 이번 판결로 만연해 있는 불법 PA 의료행위에 경종을 울리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는 갈수록 광범위해지는 불법 PA 의료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사실을 법원이 확실하게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병의협은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하며 국민 건강과 안전을 위해 무면허 의료행위는 어떠한 형태라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공고히 하는 법적 기준이 마련됐다"며 "대법원 판결도 항소심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최종 판결을 확인하겠다. 대한민국에서 무면허 의료행위가 근절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