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춘숙 의원, 안경사 업무범위 정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 발의
"안경사만 특혜 주는 법…모호한 단어로 의료 현장 혼란 초래"
안경사에 시력 굴절검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등장하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이는 안경사에 의한 의료행위를 광범위하게 허용할 여지를 둬 국민의 눈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정춘숙 의원은 안경사 시력 굴절검사를 담은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12일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상 안경사 업무는 안경 조제 및 판매와 콘택트렌즈 판매까지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에 대한 관리를 수행하고 있고 시행령 역시 안경·콘택트렌즈 도수 조정을 위한 일정 방식의 시력 굴절검사를 안경사의 업무로 규정한 상황. 안경사의 업무범위에 혼란이 있다는 게 법안 발의 이유다.
이를 해결하고자 개정안에서 안경사란 '안경사란 시력에 관한 굴절검사의 시행, 안경(시력보정용에 한정한다)의 조제·판매 및 관리와 콘택트렌즈(시력보정용이 아닌 경우를 포함한다.)의 판매 및 관리 등을 주된 업무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명시했다.
이에 안과의사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는 의료인이 아닌 안경사가 의료행위 광범위하게 수행할 여지를 둔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로 인한 직역 간 갈등으로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대한안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이 개정안은 우리나라 법체계와는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법률적으로 안경사의 업무 범위는 이미 기존 법령과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개정안을 통해 안경사에 대해서만 단독으로 업무범위를 구체화하겠다는 것은 다른 직역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
안경사 업무범위를 명확히 한다는 법안의 목적도 어폐가 있다고 맞섰다. 이는 오히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에 규정된 굴절검사의 범위를 모호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조항은 의료행위인 타각적 굴절검사까지도 안경사의 업무범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는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고 특정 직역의 이익을 옹호해 국민의 눈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게 된다는 것.
또 개정안 내용 중 '콘택트렌즈의 관리 등'이라는 문구 역시 '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기 어려워 의료 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안과의사회는 "과거 이번 개정안과 유사한 일명 '안경사법'이 발의된 바 있으나 안경사의 불법의료행위가 국민 눈 건강에 위해가 될 것이 우려되어 입법화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며 "그럼에도 다시 개정을 시도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로 각인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치권은 과연 어떠한 결정이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고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는 길인지 다시금 돌아볼 것을 요구한다"며 "안과의사회는 기존 법체계를 혼란시키고 직능 이기주의를 가져와 직역간의 큰 갈등을 불러올 안경사 관련 의료기사법 개정을 단호히 반대하며 국회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