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사회포럼 정책위원 안용항

난마처럼 얽힌 문제인 것은 맞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위한 정책이 이성적인 정책이 아니라 터무니없는 표퓰리즘적 정책들이 재정 적자에 ‘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정책들 중 대표적인 것이 ‘입원 밥 값 지불’ 등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전 정부의 자기반성 없이 무조건 차기 정부로 던져버리는 것이, 터무니없는 보건 정책에 대한 저항해야할 심평원장으로서의 ‘책임 회피’로 느껴지는 것은 지나친 것일까?
한정된 건보재정으로 증가하는 정당한 의료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고령화 시대라는 점은 충분히 설득력 있지만 그것으로 ‘정책 실패’의 잘못을 감출 수는 없는 것이다. ‘시장 실패’를 소리 높이든 사람들이 자신들의 ‘관리 실패’에 대해서는 저렇게 관용할 수 있다는 점에 조심스럽게 바라볼 수밖에 없게 한다.
건보재정이 어려울수록 그리고 건보 수요가 증가할수록 수요의 우선순위를 잘 판단하고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선택이어야 하고 건보재정 수요의 정당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인기를 누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버린 밥값 정책들은 건보정책의 도덕적 잘못을 극명하게 드러내게 한다.
건보 재정과 건보 수요에 관련된 문제들은 민주주의 시대의 정치가들의 입장을 고려해볼 때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수의 목소리에 따를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시대의 현실 정치가들은 도덕성과 표퓰리즘 사이에 갈등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이 문제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이성적 정당성의 확보가 해결 도구로 사용되어야 하는 것이다. 전 의료정책 들에서 자주 보여 왔던 표퓰리즘적 정책들을 이제는 반성하고 항상 부족할 수밖에 없는 건보 재정을 정치적 판단에'만' 전적으로 맏길 것이 아니라 이성적 판단에도 맏겨야 할 것이다.
전 정부에 의한 건보 재정 적자의 결과는 겨우 빙산의 일각만 보였기 때문에 그대로 두어 수년 뒤에 서서히 나타나는 빙산 전체를 다보고 나면 모두 놀랄지도 모른다. 아마도 차기 정부는 전 정부의 실패한 의료 정책의 뒷수습을 때문에 너무나 힘든 길을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전 정부의 의료정책 담당자들이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무책임하게 차기 정부에 던져버리는 모습에 실망한 본인은 새로운 정부의 냉정한 이성에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