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서양의학적 이해 Ⅲ(침과 경혈)

조형철
발행날짜: 2004-03-29 10:15:17
  • 재활의학 전문의 어강

<어강 선생의 '한의학의 서양의학적 이해Ⅱ'에 이어 3편을 올립니다-편집자 주>

이번에는 간단하게 경혈에 대해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지난 번 기고에 대해서, “대략은 알겠는데, 정확히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선생님이 여러분 연락이 있었습니다.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는 개념자체가 그 동안 공부하시고 생각하던 것과는 너무 달라서 당연한 것입니다. 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나서 비로서 정립해야 하는 개념을, 처음부터 피력하였으니까요. 몇 번 만에 기고를 끝내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행 등 몇 가지 개념을 피력한 것이 그 이론의 전부는 아닙니다. 짧은 지면에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에서만 기술한 것입니다.

경혈은 경락의 중간 중간에 있는 것으로서, 전기가 잘 통하고 저항이 낮은 지점입니다. 그 합목적성은 receptor와 같은 것입니다. 무선 송출을 받는 안테나를 연상하시면 되겠습니다. 또는 전철의 운행에서 중요한 곳 마다 역이 있는 것과 같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근육의 motor points와도 매우 흡사합니다. motor points를 통해 해당하는 전체 근육섬유로 동시적으로 신경이 전달되기 위해 저항이 낮고 전기가 잘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즉, 근육의 전기신호전달을 위한 분원이 motor points라면. 내장기의 전기신호전달을 위한 분원이 경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침, 레이저, 칼라테잎, 마사지, 온열 등을 이용하여 근육이나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침과 경혈에 대한 특성을 설명하겠습니다. 흔히 침을 배운 분들이 다음과 같은 특성은 모르고, ‘어떤 경혈이 어떤 증상(병)에 유용하다‘는 단편적인 지식으로 접근하다 보니, 경혈의 참 의미를 맛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입니다.

체침과 경혈
1. 경혈은 항상 일정한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다.
2. 경혈은 깊이가 있다.
3. 경혈의 크기는 급성과 만성에 따라 달라진다.
4. 어떤 증상에 적당한 경혈은 항상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5. 경혈의 선택과정은 음악의 ‘화음’과 ‘리듬’으로 연주하는 것과 같다.
6. 경혈을 자극하는 기법에는 에너지 흐름의 방향을 알아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6. 통증이 없는 곳과 통증이 뚜렷한 곳의 선택

경혈의 위치는 약간 씩 변할 수 있습니다. 경혈은 신경, 혈관의 분포와 관련이 많으며 신체의 상태나 질병의 상태에 따라 약간의 variation이 있을 수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또한 침의 크기는 장기의 심각하고 만성적인 질환이 있을 때는 작은 동전크기 정도로서 피부가 함몰되는 듯이 느껴지며, 병이 가볍거나 급성기에는 크기가 매우 작아서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자극을 해야 할 경혈은 어떤 경우에 볼록 올라오기도 하며 윤택이 주위 피부와 달라 보이거나 촉감이 매끄러운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대개 만성 또는 결과적으로 장기의 에너지가 부족해지는 경우는 함몰되며, 장기의 대사가 항진되는 경우(inflammation 등)에서는 솟아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병든 경혈은 ‘자극을 할 부위임을 스스로 알려주고 있으며, 또 자극을 해 주시오’ 하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관찰을 잘 하면 되는 것이지요.

병의 진행 상태에 따라 깊이가 달라 질수 있습니다. Trigger points도 급성기에는 피부 쪽에서 발견되지만 만성적인 경우는 작아지면서 깊이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증상에 어떤 경혈이 효과가 있다는 식의 방법은, 운이 좋으면 효과를 본다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 하면 한 가지 증상에도 때로는 10-20개의 이상의 경혈이 관계되는데, 실제 임상에서 이중 소수의 경혈만이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소수의 경혈이라는 것이 병의 진행상황에 따라 달라 질 수 있기 때문에 경혈선정에 있어 어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모르면 침을 비과학이다라고 판단내려 버리는 것입니다. 확률이 별로 많지 않다는 뜻이지요. 그렇다고 해당증상에 관련된 모든 혈을 다 자극할 수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증상과 관련이 있는 혈도, 상황에 맞지 않을 때에는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병의 진행에 따라, 병소와 멀리 떨어진 주변(장기, 근육)의 상황에 따라 가장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경혈을 선택하는 방법을 알아야 합니다.

제가 ‘변화속의 변화’, ‘파급에 따른 변화’ 등으로 자주 표현하는 용어 들이 있는데, 인체가 처해 있는 전반적인 상황과 실제 병에 대한 국소적 진단이 함께 통합될 때, 침치료는 확률적으로 높은 효과를 기대하게 됩니다.

제가 테이핑 강의를 할 때에도 ‘인체는 화음과 같다‘ ’인체는 악기와 같다‘는 표현을 자주합니다. 추상적 표현이 아니고 구체적 현실입니다. 테이핑은 피부에 붙였다가 떼어내고 다시 붙이는 것을 같은 자리에서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화음‘에 대한 이론을 잘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세 군데에 테잎을 붙이고 효과가 있었는데, 다른 곳에 추가로 테잎을 하면 오히려 앞에 테이핑한 것의 효과까지도 없어지는 경우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자극은 오히려 방해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음이 깨지는 것이지요. 침도 역시 똑 같습니다. 1-2개를 좋은 선택을 하였어도 다른 곳에 1-2개를 더 추가함으로 서 오히려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그래서 화음을 깨지 않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기본으로 하고 있는 이론은 ‘전기신호에 의한 정보전달’입니다. 감각, 자율, 운동신경은 모두 전기신호와 관계됩니다. 음이온과 양이온의 농도차에 따른 전위차(60-90 mV)에 의한 분극현상을 유지하려는 일종의 항정성이 탈분극 되었을 때 정보가 전달되는 것은 생리학에서 정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기신호가 이동을 한다는 것은 방향성이 있다는 뜻과 같습니다. 혈관에서도 혈액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므로 마찬가지이구요. 모든 전기에너지의 흐름에는 자기장의 형성이 따르게 됩니다. 따라서 침의 보법과 사법이라는 것은 ‘전기신호’의 방향을 ‘촉진하는가 또는 가로막는가‘라는 말과도 크게 공통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촉진시키는 것을 보법이라하며 막아주는 것을 사법이라 하는 것입니다. 전기가 +에서 -로 흐르는 것과 같이 선(line)의 개념에서 사용하는 보사법이 있고, 시계방향과 시계반대방향으로 돌려서 보법과 사법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은 자장과 관련된 것으로 그 이론을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낮과 밤에 따라, 즉, 태양과 달과 지구의 위치 관계에 따라, 보사의 회전 방향이 달라진다는 이론인데, 실제 임상적으로는 뚜렷하다는 것이 저의 경험이자 많은 선지자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끝으로 침을 놓을 때는 최대한 아프지 않게 놓는 방법이 있으며, 가장 아픈 곳을 놓아야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장기에 자극이 전달될 것을 기대할 때에는 아프지 않을 수록 효과가 좋으며, 근육의 허혈상태나 fibrosis등을 해결할 때에는 통증이 강하게 느껴지는 부위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기는 합니다.

이상으로 경혈의 자극에 필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 드렸습니다. 단 한번도 침을 사용해 보시지 않은 선생님께는 납득하기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글은 고전적인 교과서에 서는 볼 수 없는 것들로서 저의 임상경험과 테이핑을 통한 수많은 관찰 그리고 대체의학적인 인체관에 의해 종합적으로 정리된 것입니다.

침을 수십 년을 사용했어도 위의 사실을 깨닫지 못하였다면 진정으로 침에 대한 학문은 없는 것입니다. 단지 테크니션일 뿐입니다. 최근 봉사나 선교활동에 나아가 약과 함께 침을 사용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다는 것을 여러 번 이야기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위의 글이 도움이 되시 길 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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