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국민의 탄핵정국 시각

전경수
발행날짜: 2004-04-01 06:52:47
1일 한국일보가 발표한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의 48.5%가 이번 탄핵소추 결정으로 인해 지지정당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국회의 탄핵결정 이후 포탈사이트 메디게이트(www.medigate.net)가 의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와 아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메디게이트가 지난달 3월 15일부터 29일까지 의사 1,731명을 대상으로 “이번 탄핵결정으로 지지정당이 바뀌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바뀌지 않았다"는 응답자가 오히려 전체의 86%를 차지했던 것이다.

일단 미디어리서치의 조사결과에서 탄핵 이후 지지정당을 바꾼 48.5% 중 40.9%가 야당에서 열린우리당 지지로 입장을 바꾼 경우라는 점을 감안하면, 탄핵 이후 지지당을 바꾸지 않은 86%의 의사들의 상당수가 야당에 대한 강력한 지지세력이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두 여론조사의 조사 방법에 차이가 있기때문에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지만,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든 이 결과에서 의사들과 일반 국민들의 정치적 성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의사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 놓인 정치의식의 이같은 커다란 간극은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국민건강을 책임지는 가장 중요한 축의 하나인 의사들을 보건의료정책의 파트너쉽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조사 결과를 보면서 떠오르는 또 한 가지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의사집단에게 가져다준 박탈감과 거기서 발생한 의정간 갈등의 골이 쉽게 지워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 의사들의 입장에서도 이처럼 정치의식의 측면에서나마 일반 국민들로부터 이처럼 고립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며 느끼는 이질감은 과히 유쾌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 이유와 정치적 판단의 타당성은 제쳐두고라도 의료계는 이같은 인식의 괴리를 일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한 상태에서 어떤 방법으로든 그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늘 고민해야 한다.

이같은 이질감을 극복하지 않고는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료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 국민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자각해야만 한다.

그것만이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 단 한 명도 없이 국민들의 지지로 이뤄지는 자연스럽고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정치세력화'를 향해 나아가는 가장 빠른 길이자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그곳까지 가야만 하는 길이 참으로 멀고도 험난해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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