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새해부터 금연하자

박재갑
발행날짜: 2006-01-31 06:46:19
  • 박재갑(국립암센터 원장)

1983년부터 암이 한국에서 사망원인 1위가 된 이후 20년 이상 1위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많은 암으로 위암, 폐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암을 들 수 있다.

그 중 위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폐암은 흡연 인구의 증가로 인해 꾸준히 증가하여 2001년부터는 암 사망자 중 가장 높은 빈도를 차지하고 있다. 위암, 폐암, 간암 이 세 가지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합하면 전체 암 사망자 수의 50%가 넘는다.

암의 1/3은 예방을 통해 애당초 발생을 막을 수 있고, 또 다른 1/3은 암의 초기 단계에 발견하여 치료하면 완치시킬 수 있다. 결국 암의 2/3는 넓은 의미에서 예방 가능한 것이다.

또한 많은 예방 방법 중 담배가 암 발생의 20%, 암으로 인한 사망의 30%의 원인이고 한국 사람에게 생기는 간암의 70%가 B형 간염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지 않고, 간염백신을 맞는다면 이론적으로 암 발생의 약 1/3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암의 2차 예방으로 위암의 경우에는 최근 점막에 암전단계의 이상 세포가 발견되었을 때 내시경적 점막 절제술을 시행하면 위암의 전단계에서 제거하여 위암을 예방할 수 있으며, 조기 위암단계에서 발견하면 수술로 90%이상 완치할 수 있다.

대장암의 경우도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여 암이 될 가능성이 있는 폴립을 발견하여 제거하면 80~90%에서 대장암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

우리나라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의 경우도 자궁경부 세포검사를 일정기간마다 실시하면 암이 되기 전 단계에서 간단한 치료를 통해 자궁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으므로 예방이 가능하다.

조금 진행된 0기암과 초기 단계의 자궁경부암도 적절한 치료로 완치 가능하다. 이와 함께 정기 검진, 조기 발견을 통한 2차 예방은 유방암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2차 예방으로 암의 또 다른 1/3을 조기에 차단하면 전체 암의 2/3는 예방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 국민 사망의 1/4이 암에 의한 사망이다. 20~30년 후에는 암으로 인한 사망이 일본이나 영국의 수준이 되어 우리 국민 셋 중에 하나가 암으로 죽게 될 것이다.

세 명 중에 한 명이 암으로 죽는다는 이야기는 자녀 한 명을 데리고 세 식구가 살 때 사랑하는 자녀와 부인을 암으로 잃을 수 없으니 남자 가장이 암으로 죽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과 같다. 하지만 노력하면 암으로 죽지 않을 수 있다. 앞서 얘기한 대로 암의 2/3는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차 예방이 가능한 암은 반드시 예방하여야 한다. 간암은 간염 백신을 맞아 간염, 간경화를 막는 것이 최선이며, 간암이 된 이후에는 조기 발견으로 완치되기도 하지만 치료가 힘들고 그 예후가 나쁘다.

우리나라 통계에 따르면 현재 폐암의 평균 생존 기간이 7개월, 간암은 5개월로 무척 짧다. 이 두 가지 암은 상당수가 예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예방을 하지 않아 결국 암이 되고 만다. 마치 댐이 무너지고 나면 수습하기 힘든 것과 같다.

특히 폐암의 경우 현재 미국이나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모두 생존율이 15% 미만으로 매우 낮다. 다시 말해 85%는 죽게 되므로 십중팔구 죽는다는 말이 여기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폐암은 현재까지 개발된 어떠한 검사 방법도 조기 진단 방법으로 사용하여 경제적이면서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없다. 그래서 암 검진사업에서 폐암은 제외가 된다.

이러한 폐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금연이다. 담배는 사람에게 백해무익한 것이므로, 하루라도 일찍 금연하면 여러 이점이 있다. 금연한지 10년이 지난 후에는 폐암 등 각종 암 사망률이 비흡연자와 같아지고, 전암센터(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세포)들이 정상세포로 바뀐다.

50세 이전에 금연하면 금연하지 않은 경우에 비하여 15년간 사망확률이 무려 50% 감소하며, 폐암의 확률은 10년 후 1/2로, 15년 후 1/6로 감소한다.

흡연은 의존성 정신질환이다. 따라서 흡연자라는 말보다는 흡연환자라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질병에 대해 치료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흡연에 대해서도 병이라는 인식하에 치료를 위해 담배를 끊어야 한다.

흡연은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는데, 담배연기가 직접 접촉하는 부위에 생기는 암인 구강암, 혀암, 식도암, 기관지암, 폐암의 경우에는 흡연이 원인의 90%를 차지한다.

담배연기가 직접 접촉하지 않는 기관의 암인 자궁경부암, 췌장암, 방광암, 신장암, 위암, 혈액암의 위험은 흡연으로 인하여 1.5~3배 정도 증가하게 된다.

흡연은 암 이외에도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중풍, 심근경색, 협심증의 위험도를 3~4배 증가시키며, 해소, 천식, 난치성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의 만성질환을 유발한다.

10대부터 흡연을 하는 경우에는 2명중 1명이 담배와 관련된 질환으로 사망하게 되며, 20대부터 흡연을 하는 경우에는 3명중 1명이 담배관련 질환으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2003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6만4000여명이었다.

담배는 암 사망의 30%정도의 원인을 차지하므로 약 1만9200여명이 담배에 의한 암으로 사망한 것이다.

이는 매일 50여명씩이 담배로 인한 암으로 사망한다는 셈인데, 이러한 수치는 198명의 생명을 앗아간 대구 지하철 참사가 4일에 한번씩 반복되는 것이며, 502명의 생명을 앗아간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10일마다 한번씩 반복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담배에 의한 암으로 사망하는 1만9200여명을 포함하여, 담배 때문에 매년 우리나라 국민 4만9000여명이 사망한다면, 이는 3년간에 걸친 6․25 전쟁 당시 전사한 5만8000여명과 비교할 수 있는 정도이며, 베트남전시 10년간 파병하여 순직한 5068명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국민이 매년 숨지는 것과 유사한 수치이다.

이처럼 많은 수의 우리 국민이 매년 담배 때문에 귀한 생명을 잃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도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두 흡연을 하지 않으면 흡연에 의한 암사망 30%를 막을 수 있고, B형 간염백신 접종으로 B형 간염을 예방하여 간암에 의한 암사망 17.3%의 70%인 12.1%를 줄일 수 있으므로 총 암사망환자의 42.1%에서는 이와 같은 1차예방으로 암이 발생하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위암, 대장암, 유방암 및 자궁경부암은 조기진단이 쉽고 조기진단되면 90%이상이 완치되기 때문에 이 4종류의 암에 의한 사망률 31.7%의 90%인 28.5%의 사망률은 이와 같은 2차예방으로 낮출 수 있다. 즉 우리나라에서 암에 의한 사망은 1차예방과 2차예방으로 총 70%까지 예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암 예방 비결이 있다면 우선 담배는 절대로 한 모금도 피우지 않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도 담배를 끊도록 해서 자기 주위에 담배 연기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다음에 간염이나 간 관리를 철저히 하고, 아무런 증세가 없는 평소에도 믿을만한 곳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다. 또 식생활 개선을 통해 옛날 우리 선조들이 드셨던 전통음식을 많이 사랑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면 얼마든지 암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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