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아 의료보험, 하루빨리 성년 되기를

권오주
발행날짜: 2006-02-06 05:52:53
  • 권오주(권오주의원 원장)

지난 20세기말 의약분업 후폭풍으로 불어 닥친 의료보험재정 파탄으로 2001년 5월에 2006년까지 한시적으로 조급하게 제정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정착 종합대책‘으로 의료계는 그 동안 많은 고통 속에서 견뎌 왔다. 이제 금년으로 그 시한이 마감되어가고 있으니 다행한 일이지만 솔직히 말해 역사를 되돌려 놓은 의약분업의 피해자가 의료계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피해와 더불어 일방적인 매도만 당해 왔다는 사실에 의료계는 지금도 울분속에 천직을 다 하고 있다.

가장 전문직에 충실해야 할 국민건강 지킴이의 직종이 의료보험도 사회보장의 한 부분이라는 이유로 가장 국가로부터 규제를 많이 받아 온지도 벌써 30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의료보험이 도입된 이후 의료보험재정을 이유로 통제되어 온 대상은 의료의 현장과는 관계없이 크게 보아 대체로 두 가지 방향으로 집약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의과대학 교과과정이나 혹은 전문의 수련과정중에 표본으로 삼아 왔던 의학 교과서와는 달리 소위 말하는 수가 항목이라고 통칭되는 행정적으로 규격화된 의료행위 분류항목에 의한 직접적인 통제이며, 다른 하나는 이러한 의료행위과정이나 절차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는 급여기준이나 산정지침에 의한 간접적 행정통제 방법이다.

이러한 두 가지 축에 의해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는 외부적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지만 내부적으로는 고사되어 가는 현실에 있다.

지난 2001년에 정부가 발표한 재정안정의 대상이 주로 후자인 간접적인 행정통제방식을 취했었는데 잠시 이 부분에 대한 역사적 변화를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그 중 가장 예민하고 정부가 의료계를 어떻게 취급해 왔느냐의 단적인 예가 바로 진료시간에 관한 규정이다.

77년 처음 도입 당시에는 진료시산이 05시부터 22시(토요일은 05시-22시)까지였는데 이 당시의 통행금지 시간이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였으니 현재의 정서로 보아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형태였다.

이것이 80년도부터는 08시-20시(토요일은 08시-20시)로, 89년도부터는 09시-19시(토요일은 09시-15시)로, 그리고 95년도가 되어서야 09시-18시(토요일은 09시-13시)로 되어 18년만에 겨우 정상(?) 근무시간과 거의 비슷하게 정착되었다.

그러나 2001년의 재정안정화대책으로 다시 20-09시(15-09시)로 연장되었던 것이 5년만에 겨우 환원되게 되는 셈이다. 이미 노동시간에 대한 정착은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1일 8시간이 아니라 주 40시간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료계만은 1일 10시간으로 행정적인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최소한 적정시간이외의 근무에 대한 보상 제도라도 마땅히 마련하여야 하지 않는가!

지난 2001년의 보험재정안정화대책에서 진료규제 대상으로 삼았던 3가지를 보게 되면 1)급여제도의 합리적 개선·보완, 2)약제비 절감, 3)외래 본인부담금 조정 등이었는데, 이 중에서 의료기관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첫 번째의 급여제도의 합리적 개선·보완 내용을 보게 되면, ①진찰료·처방료의 통합, ②환자 수에 따른 진찰료·조제료 차등수가제 도입, ③주사제 처방료·조제료 삭제, ④야간 가산율 적용 시간대 조정, ⑤급여 인정기준의 합리화 등 5가지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인 ④야간 가산율 적용 시간대 조정 하나만이 이번에 환원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도 나머지 4가지는 앞으로 어떻게 환원하려는지 미정이다.

어떤 의미로는 과거의 권위주위에서 가장 첨예한 이슈가 노동문제였고, 그 중에서도 노동조건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러나 의료시장에 있어서는 의료가 공공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보건노동자에게는 노동시간을 조건으로 수용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방관하고 있다. 의료가 공공성을 띄우고 있고, 또한 의료가 시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의무만 강요하지 말고 제도적으로 마땅히 그 근무행태에 대한 보장은 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앞에서도 예를 들었지만 보험이 도입된 후 29년간의 보험제도 운영을 되돌아보게 되면 이 근무시간과의 투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며 29년중 정상적인 시간지킴은 겨우 95년부터 2001년까지의 6년에 지나지 않는다.

의료보험이 도입된 이후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통제는 의료의 발전을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의료를 하지 않으면 적응할 없도록 해 왔으며, 그러한 통제 수단에 의해 의과대학이나 수련의 시절에 연마해 왔던 교과서대로의 의료를 할 수 없는 울분의 표현이 ‘교과서대로 할 수 있는 의료’라는 구호로 표출될 정도로 의료행위가 경직되게 운영되어 왔다.

이제 내년이면 의료보험 도입 30주년을 맞게 되어 인생살이로 본다면 청년기에 접어들게 되는데 우리의 의료보험 현실은 아직도 미숙아형태로 방황하고 있는 이러한 현실이 하루바삐 성년이 될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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