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한테 생선 맡길 수 있나?

안용항
발행날짜: 2006-04-10 08:41:22
  • 안용항(의료와 사회 포럼 정책위원)

1.모 시교육청에서 학교신축비리가 있었다. 그래서 해당 공무원 부부가 구속되고 20-30명이 조사를 받는 사태가 얼마 전에 있었다. 그 사건은 검찰의 조사가 있기 수개월 전에 이미 해당 시교육청의 감사팀에게 투서가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해당 시교육청 감사팀은 책상서랍 속에 투서를 감추어 두었다는 것이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시교육청의 감사팀은 시교육청 관할의 모든 감사 업무를 맡는다. 시교육청의 최고 수장인 교육감의 지휘아래 잘못된 비리들을 일사불란하게 처리할 것 같은 감사팀은 실제에서는 늘 벽을 만난다. 감사를 하려면 시교육청내 다른 사람들과 관련된 일들이 거의 전부이기 때문에 이 사람 눈치보고 저 사람 눈치 보느라고 감사가 언제나 흐지부지 흘러가기 마련이다. 만약에 시교육감과 관련 있는 사건이면 더욱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시교육청내 감사팀의 독립을 요구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까지 독립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외부기관인 검찰이 개입되고 나서야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2.국민고충처리위원회라는 것이 있다. 국무총리산하 직속기관인데 행정 민원 처리에 있어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만든 것이라고 한다. 국민고충처리위원회를 시도별로 만들어 이름을 시민고충처리위원회라고 하여 조직을 확대하려는 듯하다. 이 조직의 외형만 생각해 보아도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공무원들의 일자리가 생기겠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민고충처리위원회는 임명권자가 지자체장이 된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자체장이 임명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민원 처리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하겠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지자체장이 임명한 시민고충처리위원회는 자신의 잘못을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뜻의 위원회인 것이다. 여기에서 실화인 코메디를 하나 소개하자면 모 시에서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사람들이 시민단체를 모아놓고 자신들이 조직 확대를 통하여 민원을 더 잘 듣겠다는 의미의 시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기에 모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한말이 ‘자신의 잘못을 자신이 어떻게 지적하고 해결할 수 있는가?’라고 하며 ‘아마도 이 자리는 고충처리위원회의 고충을 듣기 위한 자리이지 시민의 고충을 듣기 위한 자리가 아닐 것이다.’라며 비웃는 말을 했다고 한다.

3.식약청은 이달 초 국가청렴위원회가 특정회사의 내부자 고발이라며 이첩한 생동성시험 조작 의혹에 대해 사실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한다. 생동성 시험은 조직표상 식약청 산하조직인 의약품평가부내 의약품동등성팀에서 담당하는 듯하다. 이 팀에서의 문제를 식약청에서 조사를 한다고 한다. 언론 보도내용을 보면 ‘의약품본부 등 해당 부서가 현지 실사 등 강도 높은 조사에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앞의 예들을 보면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자신 내부의 문제를 자신들이 해결할 수가 있을까? 자신들의 목에 칼을 들이 댈 수 있을까? 아마도 외부의 눈을 의식하여 몇 사람을 손대고 흐지부지 넘어가서 수년 후 아니 수개월 후에는 다시 똑같은 일들을 벌이고 있을지 모른다.

내부 고발자가 식약청에 고발하지 않고 국가청렴위원회에다 고발을 했을까? 내부 고발자는 그 사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람인데 왜 국가청렴위원회에 했는가 하는 말이다. 식약청을 믿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이번에 내부 고발자는 실수를 한듯하다. 검찰에 고발했어야 했다. 국가청렴위원회에 고발 해봤자 도로 식약청으로 내려버렸는데 어쩌면 고발자만 고발당하는 수도 생길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구조적 문제점을 또 한번 보는 듯하다.

약품의 생동성시험 조작은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불량식품을 정상적인 식품으로 속여서 판매하도록 ‘정부가 인정해주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일을 식약청 자체 조사에만 맡겨서 어떻게 국민들을 납득 시킬 수 있을까? 비리문제는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감찰기관에 맡기는 것이 그나마 권력의 압력을 덜 받고 공정하게 처리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건 처리는 마치 고양이한테 생선 맡긴 격이다.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