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개원의는 모른다"

장종원
발행날짜: 2006-10-23 06:25:30
모 택지개발지구 개원가를 취재하면서의 일이다.

당초 이 지역을 방문한 이유는 개원의들이 숱하게 죽어나갔다(폐업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실제 지역 보건소 등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분양 당시 입주한 개원의들의 절반 이상이 폐업하고 다른 지역으로 떠났다. 올해만 해도 20%에 이르는 10곳 가까이가 폐업을 했다.

이 정도면 개원의들의 드나듬이 아주 심하다고 할 수 있다. 인근 지역에서는 이 곳을 개원의들의 '죽음의 늪' 혹은 '죽음의 계곡'이라고까지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 지역 개원의들을 직접 만나본 결과,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주위 동료 의사의 폐업이나 이전 등의 소식을 대부분 잘 모르는 눈치였고, 지역 개원가 사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내과 원장은 "2003년부터 개원해 있는데, 그렇게 망해나간다는 것은 전혀 생소한 이야기이다"면서 "나는 그럭저럭 환자도 오고 할만 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은 아마도 의사사회의 동료의식이 급격하게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인근에서 개업하고 있는 동료간의 교류가 없어지다보니,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실정이 됐다.

당연히 지역 의사회 소식에는 둔감하니 외부에서 보는 시선보다 지역 개원가 사정에 둔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서로를 지나친 경쟁자로 인식해 갈등을 겪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떠난 사람은 알아도 살아남은 사람은 모른다'는 속담을 만들면 이 경우에 딱 들어맞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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