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 3종 세트를 아십니까?

박정하
발행날짜: 2008-02-04 12:10:54
  • 의사협회 박정하 의무이사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처방전 건당 약 품목 수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2배 이상이라는 발표를 하면서 언론을 이용하여, 의사들의 과잉처방이 심각하고 특히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의 약 갯수가 더욱 많다는 선동적인 기사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심평원의 지적대로 규모가 작은 의원일수록 처방전 건당 약 품목 수가 증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이유는 심평원의 주장과 달리 의사의 과잉처방 때문이 아니라 8년 동안의 의약분업이 초래한 의료소비 행태 변화에 따른 것입니다.

만성질환(당뇨, 고혈압), 통증, 위장질환, 감기... 환자들이 동네의원을 찾는 흔한 질병입니다. 의약분업 시행이후 대부분의 환자들이 적어도 3가지의 처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의료기관을 1회 방문했을때 한번에 처방을 받아 가는 것이 진료비를 절감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체득하였고 보험공단에서도 재정이 절감되기에 오히려 권장하는 태도를 취해 왔습니다. 이것이 홈쇼핑 3종 세트에 빗댄 동네의원 3종세트입니다. 또한 약 처방 품목수가 특히 많다는 상기도감염은 대부분 환자들이 의료기관에 오기 전에 이미 약국에서 임의 조제된 약을 복용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의료기관까지 오는 경우는 이미 단순 감기가 아니기에 처방약이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다 효과 좋은 복합제재들이 성분명처방을 강행하기위해 보험급여에서 제외 되었기에 가지수는 더욱 늘어나! 게 되었습니다.

제도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게 조장해 놓고는 모든 책임을 의사의 과잉처방 때문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근본 문제점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보험공단과 심평원의 직무유기에 해당됩니다.

의사의 과잉처방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보험재정을 절감해야 하는데 줄일 수 있는 곳은 약제비부분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가 약제비 비중이 높다는 것도 보험재정 적자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입니다. 하지만 약제비 비중이 높다는 것은 통계수치의 왜곡으로,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OECD 국가중 최하위이며 진료수가가 원가의 70%에도 못 미치는 최저가이기에 상대적으로 약제비 비중이 높게 나올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사실은 담당 공무원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통계수치를 보험공단과 심평원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약제비가 높아지게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과연 심평원의 주장대로 의사들의 과잉처방 때문일까요? 과연 의사들이 약을 몇 가지 더 처방했다고 약제비가 수 조원까지 증가할까요? 이런 왜곡된 자료로 보험재정 적자에 대한 이유로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고 정말로 믿는지 되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한 해법으로 성분명처방을 내세우고 이를 강행하기위해 현재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전 준비작업으로 복합제재를 보험급여에서 제외했고,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 실험을 실시하여 복제약값을 최대 9배까지 올렸습니다. 결과로 복합제재 퇴출로 처방 품목수가 늘어나고 생동성 실험은 엉터리가 많았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연 6조의 약제비에는 조제료와 복약지도료, 약국관리료 등 명목으로 2조원 이상이 포함되는데 이 부분은 의약분업이후 신설된 것으로 환자가 받는 의료서비스에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환자의 부담으로 증가한 액수입니다. 굳이 달라진 것을 찾는 다면 불편함이 가중되었고 의료비가 6배 이상 늘어났다는 사실입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적자의 가장 큰 이유는 의약분업 전에는 없었던 조제료 등의 신설에 의한 추가비용과 정부의 약가정책 실패, 그리고 공단과 심평원의 방만한 운영으로 인한 관리운영비에 기인한다는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입니다. 정부는 보험재정 안정화를 위해 재정적자의 근본원인을 개선하기위한 노력으로 의약분업의 재평가 약속이 이루어져야합니다.

보험재정의 안정화 방안으로 ▶재정절감을 위해 과도한 조제비 등의 책정을 적정수준으로 조정하고, 생동성조작 시험에 의해 9배까지 급등한 약제비의 재조정 그리고 방만한 보험공단 운영비를 환자치료에 쓰일 수 있게 개선해야 하며 ▶현행 의약분업제도를 국민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는 국민조제선택제도(선택분업)로 재편해야 하며 ▶국민편의를 위해 안정성이 입증된 일반의약품(OTC)의 슈퍼판매를 허용해야 합니다. 또 ▶ 의약분업의 본래 목적인 비의료인인 약사의 무면허 불법 진료행위를 근절해야며 ▶ 의약분업 목적에 어긋나는 성분명처방 시범사업을 당장 중지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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