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의 노림수

메디게이트뉴스
발행날짜: 2008-02-14 06:50:27
건강보험공단(공단)이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의 법적 근거 마련 의지를 다시 한 번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공단은 며칠 전 의료기관 원외처방 발행건의 12%가 약국 조제내역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새로운 허위청구 사례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뀌는 상황에서 불거져 나온 공단의 이런 주장이 우리에게 단순하게 들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공단은 보도자료에서 처방내역 불일치에 대해 병의원에서 진료비 청구시 심사삭감을 피하기 위해 실제 처방내역과 다르게 특정 약제를 누락하거나 일일 투여량을 축소청구하고 약국의 경우 일일투여량 등을 증량 청구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했다.

공단은 이런 현상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과잉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의 법적 근거가 미흡한데 일부 원인이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면서 약제비 환수의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국민건강보법 제52조 개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단의 주장에 이런 노림수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또 최근 대학병원 43개소가 공단을 상대로 백억원대의 약제비 환수소송을 벌인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공단은 처방전과 조제내역서 부일치건의 상당수가 누락이나 착오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심평원과 복지부도 이런 상황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수입과 관계가 없는 처방내역을 의도적으로 누락시켜 불이익을 자초할 의료기관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도 공단이 이를 빌미로 약제비 환수 법적근거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데 대해 걱정이다. 공단이 이러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것 자체가 의료계와 공단간 관계에 분쟁 요인이 되고 있다.

그간 수차례 진행된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소송에서 공단은 거듭 패소했다. 의사가 과잉처방 등 부적절하게 약을 처방했더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해당 의료기관에 대해 약제비를 환수하는 조치는 명백히 무효라는 대법원 확정판결도 나왔다. 의료기관이 부적절하게 원외처방을 해서 공단에게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하더라도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은 약국 등 제3자이지 의료기관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단을 공단은 존중해야 한다. 공단은 착오나 누락에 의한 처방불일치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의료계와 협의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리하게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 할 경우 상황을 돌이킬 수 없는 분열과 파쟁으로 몰고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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