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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마리 못찾는 병원노사...장기파업 불가피

장종원
발행날짜: 2005-05-31 06:41:11

초점오늘 8차교섭이 관건... 6월말 총파업 예정

4월 1일에 열린 병원노사 첫 상견례.
산별교섭을 둘러싼 병원 노사의 갈등이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의 갈등양상은 첫 산별교섭이 산고를 겪어야 했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심각하다.

때문에 올해 파업은 지난해 14일간의 총파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병원 노사가 격렬하게 맞붙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교섭 진행 불투명한 ‘8차 교섭’

지난 4월 1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병원노사의 산별교섭이 7차까지 이르렀지만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형국이다.

논란의 핵심은 사립대병원의 교섭권·체결권 노무사 위임 문제.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면서 노무사 위임을 강행하는 사립대병원과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노조가 팽팽히 다투면서 교섭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교섭이 시작하면 노조측이 노무사의 참석을 강력히 항의하면, 노무사는 퇴장하면서 교섭이 자연스레 중단된 방식이 반복된 것도 이미 몇 차례.

이 같은 갈등에 교섭에 열심히 참여하던 중소병원과 지방공사의료원 등의 대표단까지 교섭불참을 선언하기까지 이르렀다.

서울대병원노조의 산별 탈퇴로 구심점을 잃은 국립대병원은 교섭 참여를 미루어오다 최근에야 일부 국립대가 참여 입장을 밝혀왔지만, 아직까지 교섭단이 명확하게 꾸려지지는 못한 상황이다.

한 병원 관계자는 “8차 산별교섭이 진전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는 31일 열릴 산별교섭의 진전을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해 첫 산별교섭은 14일간의 총파업이라는 산고끝에 탄생했다.
진전 없는 산별교섭, 그 이면은

올해 산별교섭이 파행을 겪으면서, 그 책임에 대한 노사의 비방전뿐 아니라 산별교섭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론 올해 교섭 결과에 따라 내년, 내후년 교섭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치열한 기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올해 교섭의 핵심을 병원 노사가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갈등 양상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산별교섭에서 노사의 합의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첫 교섭이니 만큼 산별교섭 성사가 제일의 목표이다 보니 임금이나, 여러 요구 조건들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채 합의됐다.

특히 임금에 있어 국립대·사립대병원은 2% 인상에 불과, 노조뿐 아니라 비노조원의 불만까지 껴안은 상황. 때문에 올해 산별교섭은 임금을 비롯한 실질적인 내용이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교섭전문가인 노무사의 등장도 병원의 가장 민감한 부분인 ‘돈’과 관련된 노조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

때문에 노사 교섭의 파행은 전략적 판단이 개입했다는 충분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사용자입장에서는 시간을 끌어서 단기간에 협상을 끝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고, 노조측은 파업이전에 충분히 대화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립대병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병원이 노무사 체제를 최적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일부 다른 소수 의견이 없진 않지만 이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고려대학교에 집결해 총파업을 진행했다.
장기파업 가능성 급속 대두

이에 올해 산별교섭에서도 파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14일 파업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측에 산별교섭 참여를 종용하면서 철야농성, 병원장면담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6월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산별교섭 조정신청을 결의할 예정이다. 늦어도 6월말 경에는 파업일자가 잡힐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병원 사용자들이 원만한 교섭보다는 투쟁을 택했다”면서 “노무사 고용이 결국 더 큰 파국을 불러온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병원 사용자들도 내부 결속을 다지는 등 서서히 파업에 대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교섭에 대표로 참가하는 사용자측 관계자는 “우리는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라면서 끈끈한 결속력을 과시했다.

사립대병원 관게자는 “파업을 좋아하는 병원은 없다”면서도 “올해는 파업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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