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선매를 통해 연초에 수백명에 달하는 신규 간호사를 채용하던 대형병원들이 경력직을 상시 채용하는 방식으로 인사 제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신규 간호사들이 1~2년내에 이탈하는 경우가 많고 교육 부담감도 있다는 점에서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는 것.
하지만 경력 간호사 대부분을 비정규직 형식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덜고 효율만 추구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A대학병원 외래간호팀장은 26일 "외래간호팀 간호사 중 절반 이상이 경력직 채용을 통해 충원된 인력"이라며 "불과 몇년 전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경력직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업무 자체가 신규 간호사가 담당하기 쉽지 않는데다 상대적으로 2~3년차 간호사들은 이탈이 잦다는 점에서 안정된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현상은 비단 A대병원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상당수 대학병원들도 경력직을 상시 모집하는 방식으로 채용 방식을 변경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직무 안정성. 최근 간호사들의 이직과 퇴직이 워낙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이에 대한 반대 급부로 병원들도 경력직 채용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B대학병원 간호부 보직자는 "일부 부서에서는 아예 30세 이상 기혼 간호사들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며 "워낙 이직과 퇴직이 잦으니 나오는 웃지 못할 풍경"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그는 "결혼이나 출산, 육아로 휴직이나 퇴직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니 반대 급부로 기혼이면서 출산을 마친 간호사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며 "경력직 간호사 채용이 느는 것도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오히려 간호사 채용 구조에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경력 간호사 채용의 대부분이 기간직, 즉 계약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이탈을 우려해 경력 간호사를 기간직으로 채용하고 이로 인해 신규 간호사들이 해당 업무를 맡을 기회를 잃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C대학병원 간호부장은 "신규 간호사가 이탈해 경력 간호사를 채용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정규직을 뽑아야 하는데 병원에서 기간직으로 이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며 "업무 효율이야 높아지겠지만 이러한 방식이 올바르지는 않다고 본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특히 일부 대형병원의 경우 기간직 간호사 비율이 70%를 넘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간호계 전체를 보더라도 이러한 방식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간호협회 등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간협 관계자는 "한번 대학병원에서 이탈하면 경력을 가지고도 계약직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간호인력체계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문제는 상당수 대학병원들이 간호사 채용과 교육을 경영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경력 간호사를 비정규직으로 선발해 소모품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하루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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