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어 오른 뇌혈관이 파열돼 뇌출혈을 일으키는 뇌동맥류는 예방적 치료가 중요한데 머리를 열지 않고 스텐트를 이용해 비정상적인 뇌혈관을 코일로 막는 비침습적인 시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뇌동맥류 치료를 위해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의료기기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의료기기 개발 속도에 비해 정작 의료현장에 도입되는 속도는 더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서울아산병원 신경중재클리닉 서대철 교수(영상의학과)는 뇌동맥류 치료를 위한 혁신적인 최신 디바이스 개발과 의료현장 적용 프로세스에 대한 리뷰 논문을 세계적인 학술지인 ‘저널 오브 스트로크’(Journal of Stroke) 최신호에 게재했다.
서 교수는 시술 효과와 안전성을 높여주는 새롭고 혁신적인 디바이스 개발 및 출시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 허가되는 시점에 이미 해외 환자들은 더욱 혁신적인 디바이스로 치료받는 경우가 흔하다고 논문에서 강조했다.
뇌동맥류는 부풀어 오른 뇌혈관을 클립으로 결찰하는 수술적 치료와 혈관 내 코일을 넣어 비정상적인 혈류 흐름을 막는 코일 색전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국내의 경우 2012년 코일 색전술 시술 건수가 6000건을 넘어선 뒤로 수술적 치료에 비해 비침습적 치료인 코일 색전술 시술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 교수는 논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개발된 디바이스들은 난치성 뇌동맥류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혜택을 볼 수 있는 국내외 환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새로운 치료용 디바이스를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식약처 승인 등 복잡한 절차적 과정뿐만 아니라 외국에서 승인이 선행돼야만 허가가 나는 경우가 많고 승인 이후에도 의료기기업체 등을 통해 의료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뇌동맥류가 있는 혈관까지 스텐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의료기기 ‘뉴로폼’(Neuroform)은 2002년에 유럽 CE 승인 후 미국 FDA 승인과 한국 식약처 승인까지 1년 정도 걸렸지만 일본 환자들에게 적용되기까지는 약 10년이 걸렸다.
또 뇌동맥 속으로 파이프 모양 스텐트(금속 그물망)를 집어넣어 뇌동맥류 입구를 중심으로 혈관 속에 길게 펼치는 시술을 할 때 사용하는 ‘파이프라인’(Pipeline)은 2009년 CE 승인 후 국내 식약처 승인까지는 약 2년이 걸렸지만 신의료기술로 분류돼 심사를 받고 이후 보험수가 결정 등으로 인해 의료현장에 적용되기까지는 약 6년이 걸렸다.
유럽에서는 2009년부터 뇌동맥류 치료에 사용된 새로운 의료기기가 국내에서는 정작 2015년이 돼서야 환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서대철 서울아산병원 신경중재클리닉 교수는 “예방적 치료가 중요한 뇌동맥 치료에 있어 시술 효과와 안전성을 높인 혁신적인 디바이스들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지만 의료현장에 적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 널리 공인 받고 있는 우수한 의료기기로 혜택을 볼 수 있는 환자들이 치료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기 위해 의료현장에 신속하게 도입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 교수는 “새로운 의료기기 효과와 안전성 검증은 더욱 신중해야하기 때문에 학계는 물론 정부와 의료기기 회사 등 관련 기관들의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대철 교수는 뇌의 작은 혈관인 전맥락총동맥 뇌동맥류 환자들에게 미세 카테터를 구부려 전맥락총동맥 반대 방향으로 뇌동맥류에 코일을 주입하는 색전술을 개발하는 등 뇌동맥류 색전술에 대한 새로운 치료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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