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는 의료계의 과거의 다양한 모습을 짚어보고 이를 통해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 'Back to the 의료계'를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가 빠르면 내주중 의사의 진료권 및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건강보험법 제42조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소송을 청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요양기관 지정제도는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쳤을까?
1963년 제정된 의료보험법은 의료기관과 보험자가 계약에 따라 요양기관을 지정하는 '계약지정 방식'을 채택했다.
요양기관은 보험자의 신청에 따라 보건사회부장관이 지정하고(법 제39조 제2항) 요양기관이 언제든지 지정 취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법 제40조) 지정의 강제성을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보험자와 의료기관의 계약에 따라 보험의료기관인 요양기관을 지정한 것이었지만 이 법은 시행되지 않았다.
1977년 제정된 의료보험법은 계약지정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50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직장의료보험을 실시했다.
그러나 계약지정제는 당시 여러가지 문제점을 야기하면서 의료보험제도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우선 의료기관의 지역적 편재로 인해 요양기관의 절대수가 부족했고, 지역별로 적정 진료과목을 지정하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이와 함께 피보험자들이 종합병원만 과다하게 이용함에 따라 진료소요 시간이 장기화되고, 의료기관들은 요양급여 비용청구에 따른 불편을 호소했다.
무엇보다 의료기관들은 저수가를 이유로 의료보험환자를 기피했고, 요양기관 지정을 거부함에 따라 지정계약을 체결한 의료보험조합과 해약하는 사태를 야기하는 등 문제점이 나타났다.
계약지정제에서 강제지정제로 전환
여기에다 1979년 의료보험제도를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으로 확대ㆍ시행하면서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정부는 1979년 4월 17일 의료보험법을 개정, 계약지정방식을 강제지정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보험자나 보험자단체가 요양기관을 지정하도록 하고, 지정을 받은 의료기관은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강제했다.
의료계도 두고보지 않았다.
의협 의료보험대책연구위원회는 1988년 11월 의료보험법 개정안을 국회에 청원했다.
법안은 단일 보험자로 하고, 요양기관 지정을 단일보험자인 공단과 의약단체 간의 계약으로 정하도록 명시했다.
평민당과 통일민주당도 요양기관계약지정제, 의료보험 통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와 함께 의협은 법안 통과를 위해 담화문을 발표했고, 서울시의사회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요양취급기관 지정서 반납 또는 시한부 휴업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1989년 2월 24일 의료보험법 개정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소집된 임시대의원총회를 마친 후 의협 대의원들은 국회 의사당 앞에서 '요양기관 지정제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대한의사협회 100년사 발췌)
의협 대의원 200여명이 국회 의사당 앞에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철폐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1989년 3월 9일 야당 단일 의료보험법안인 국민의료보험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일부 수정됐다.
공단과 의약단체간 단체계약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이 일자 개별 계약으로 바꾸고,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기피하면 업무정지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전체적으로 의료계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 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시행되지 못했다.
의료보험을 통합하면 봉급자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고, 의료보험조합연합회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의협과 지역의보노조가 통합옹호운동을 벌이기도 했지만 반대 여론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노태우 대통령은 3월 27일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에서 재의하기로 했지만 13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헌재,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과 단서조항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는 1999년 2월 의료보험법이 개정되면서 당연 요양기관제로 바뀌었다.
요양기관이 관련법률에 따라 개설·등록하면 당연히 요양기관이 되는 방식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는 모두 2건이다.
대장항문과 전문의이면서 서울에서 외과의원을 개설하던 서인근 원장은 요양기관 지정신청을 하지 않고 환자들에게 보험수가가 아닌 일반수가로 진료했다.
의료보험연합회는 이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1998년 2월 서 원장에게 요양기관 지정신청을 하도록 촉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요양기관 지정처분을 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서 원장은 의료보험연합회를 상대로 요양기관 지정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요양기관 강제지정제가 의사의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여부심판 제정신청을 했다.
서 원장은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1999년 8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다음해인 2000년 8월에는 김방철(김방철 산부인과병원) 원장, 노만희(서울백제병원) 원장, 이송(서울성심병원) 원장, 한동관 연세의대 교수가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02년 10월 강제지정제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헌재는 수가 불균형 시정 등 단서조건을 제시하며 정부의 개선을 권고했다.
의협 송형곤 대변인은 최근 "이번 위헌소송은 헌법재판소의 개선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아무런 개선 노력이나 의지를 보이고 있아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이 내려진지 10년이 지난 2012년. 헌재가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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