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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내 구두병원 아시나요?

이창진
발행날짜: 2007-03-19 06:51:58

연건캠퍼스 명물 '구두아저씨'...원장 구두건강까지 책임

[화제] 서울대병원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이 있다. 연건캠퍼스에서 15년 넘게 구두병원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어렵게 허락한 인터뷰 동안에도 실명공개와 사진촬영을 극구 사양했다. 교직원조차 정확한 이름을 모르는 그는 '구두 아저씨'로 불리며 오늘도 서울대병원을 누비고 있다. -편집자 주-
서울대병원과 서울의대 사이에 위치한 구두수선 병원의 모습.
식당아줌마부터 임상교수까지 수 천 명의 다양한 직종으로 구성된 대학병원 인물들과 위치를 파악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서울대병원에서 일명 ‘구두 아저씨’로 불리는 이모씨는 5000명에 이르는 교직원의 업무장소와 얼굴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명물'로 통하고 있다.

이모씨는 지난 1990년부터 연건캠퍼스에서 구두수선을 시작해 근속연수 15년을 넘어선 베테랑 경력자로 교수부터 직원, 학생까지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구두병원 원장인 셈이다.

서울대병원에서 일하게 된 계기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그냥 와서 일하게 됐어요. 병원이 필요하니까 있는 거지, 뭐 별다른 계기가 있나요”라며 속내를 비치지 않은 알듯 모를 듯한 말로 대신했다.

하루 평균 50~60켤레의 구두를 닦는다는 ‘구두 아저씨’는 서울대병원 본관과 어린이병원 등 지하부터 13층까지 구두신은 사람이 근무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는 배달맨이다.

한 평도 안되는 공간에 낡은 의자와 구두약, 구두솔, 스위퍼 등 구두광과 수선을 위한 재료가 배치되어 있다.
“의사들 구두, 일반인과 같다”

의사들의 구두 특성에 대한 물음에 “일반인과 다를 게 없어요, 떨어져야 구두를 바꾸는 보통의 샐러리맨과 똑 같아요”라고 말하고 “다른 점은 개인의 습관에 따라 찾아 갈 때마다 닦는 사람이 있고, 무슨 약속이 있어야만 닦는 사람도 있고 그래요”라며 구두에 담긴 개개인 오묘한 생활철학을 시사했다.

인터뷰 중 여직원과 여학생들이 구두 뒤굽을 수선하기 위해 수시로 구두병원을 방문해 굽 수선에 필요한 1분 남짓한 시간을 작은 외래(?) 공간에서 잠시 머물다 흡족한 기분으로 돌아갔다.

그는 “대학병원 교수 이름은 외우지 못해요, 그저 층수와 방위치를 파악해 구두를 가져오고 가져다 줄 뿐이예요”라면서 “하루는 행정직원 구두로, 하루는 교수 구두로 나눠 2~3일마다 방문한다고 보면 돼죠”라고 말했다.

구두 아저씨는 이어 “처음 교직원 구두를 닦기 시작할 때 얼굴과 근무장소가 헷갈려 교수들의 구두를 잘못 전달해 낭패를 본적이 있어요”라고 회상하고 “지금도 일부 교수와 직원들의 위치가 1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방 번호와 층수를 그때마다 다시 외워야 해요”라며 무엇보다 교직원 위치파악이 급선무임을 강조했다.

부재 중 구두수선을 원하는 사람을 위한 '구두 메모판'이 구두병원에 항상 비치되어 있다.
"교수 방 번호와 층수 외우는 게 힘들다“

교수진의 인간성과 관련, 구두 아저씨는 “서울대병원 의사들 다 좋아요, 많이 배운 사람들이라서 똑똑하고, 우리 같은 사람에 비하면 말할 것도 없죠”라며 투박한 말투로 정이 묻어나는 의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구두병원 상황을 묻는 질문에 그는 “겨울과 여름은 날씨 특성상 구두 닦는 사람 수가 확 줄어들고 봄·가을이 돼야 가장 많이 닦아요”라며 “비오는 날은 사람들이 구두를 닦지 않아 구두병원에 그냥 앉아 있어요”라고 답변했다.

구두 아저씨는 “원장님도 가끔 구두를 닦아요, 원장 비서실에서 필요하면 연락이 와 찾아가곤 하죠”라고 전하고 “지금까지 딱히 기억에 남는 교수는 없어요, 본인이나 비서가 연구실 밖에 구두를 내놓으면 가져오고 갖다 놓을 뿐이지 의사들과 직접 맞닥치는 경우가 드물어요”라며 매일 반복되는 구두병원 원장의 진솔한 생활사를 표현했다.

끝으로 이모씨는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계속 구두를 닦아야죠, 지금 구두닦이 값으로 2000원을 받는데 언제쯤 밖의 가격인 2500~3000원으로 올리는 게 좋을지 기회를 보고 있어요”라며 “뭐 신문에 쓸 특별한 것도 없고, 질문도 평범한데 창피하게 뭘 자꾸 물어요”라면서 쑥스러운 표정과 투박한 말을 뒤로 하고 구두걸이를 든채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10여년 넘게 지속된 물광으로 검게 물든 손톱과 손마디 마다 굳은살이 박힌 그는 서울대병원 모든 교직원의 구두 건강을 책임지는 지킴이로 오늘도 병원 계단을 묵묵히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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