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7회] 희망을 잇다, 함께한 1년의 이야기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퇴근길, 막히는 시간을 피해 서둘러 나설 때면 라디오 진행자의 익숙한 인사말이 흘러나옵니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회식이나 외부 회의 일정이 남아 있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하루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함께 감사함, 그리고 따뜻한 위안을 느끼게 됩니다. 또 어떤 날은 교통체증을 피하려 느긋하게 퇴근할 때, 라디오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는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목소리를 듣는 행운을 얻기도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저희 이식병원의 의료진들은 26회의 칼럼을 통해 장기이식병원의 다양한 모습을 전해드렸습니다. 뇌사 판정과 장기 기증이라는 숭고한 결정부터, 이식을 준비하는 과정, 공여자와 수혜자의 수술까지- 장기이식병원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시간과 공간의 내용들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우리의 진심이 독자 여러분께 잘 전해졌을지, 조심스레 돌아보게 됩니다.
특히, 외상이나 질환 치료 중 뇌사에 이른 환자와 그 가족이 장기 기증을 결정하는 순간, 최전선에서 이를 마주하는 신경외과와 응급의학과 의료진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환자를 곁에서 돌보는 신경계 중환자실 간호사, 장기 기증에 동의한 후 뇌사 판정부터 기증까지의 과정을 가족과 함께하는 장기이식코디네이터, 그리고 뇌사 여부를 명확히 판정하기 위해 깊은 책임감으로 임하는 신경과 의료진의 진심도 함께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뇌사자의 활력 징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뇌사 관리팀, 뇌사 여부를 재확인하는 검사를 수행하는 기능검사실과 영상의학과 의료진, 그리고 뇌사 판정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뇌사판정위원회까지 모든 과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식 결정 이후에는 수혜자의 진료와 수술을 담당하는 주치의들, 성공적인 이식을 위해 혈액 검사와 조직 검사를 진행하는 진단검사의학과 및 병리과 의료진, 그리고 생체이식의 경우 정신과와 사회사업팀까지 각자의 위치에서 퍼즐 조각처럼 맞물려 기증 절차와 이식을 완성해 갑니다. 이러한 과정을 의료진의 입장에서 전달하며, 뇌사 장기 기증이 얼마나 숭고한 결정인지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었습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사람들의 의미 있는 행동이 더해지면, 그것이 곧 역사가 된다고 합니다. 장기이식병원이라는 공간에서도 공여자와 수혜자, 그 가족들, 의료진, 코디네이터 등이 서로 얽힌 관계와 사연을 통해 각자의 역사, 그리고 가족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을 남기고 전할 수 있도록 칼럼 지면을 마련해 주신 메디칼 타임즈에 감사드립니다.
2025년은 가톨릭교회의 희년입니다. 이를 맞아 교황님께서는 “희망은 실망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장기이식병원에서 마주하는 모든 순간에도 변함없이 간직해야 할 신념이 아닐까 합니다.
“기도는 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다리기 위해 하는 것이다.” 최근 읽은 책에서 이 구절을 보고 줄을 그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수술 전 환자를 위해 기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기증자와 수혜자,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건강과 행복이 언젠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그리고 늘 헌신하는 장기이식병원의 의료진들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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