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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리과 의사의 관점으로 바라본 장기이식(25화)

신재훈 은평성모병원 교수
발행날짜: 2025-02-03 05:00:00

신재훈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병리과 교수

[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

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5회] 병리과 의사의 관점으로 바라본 장기이식

신재훈 교수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병리과

장기이식은 단순한 의학적 절차를 넘어, 환자와 가족, 의료진 간의 깊은 연대와 생명에 대한 깊은 존중을 담고 있는 복잡하고도 의미 깊은 과정입니다. 특히 신장이식은 신장 기능을 회복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치료법입니다. 은평성모병원 병리과에서 신장에 대한 병리 판독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이식된 신장이 환자의 삶에 어떻게 변화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병리학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병리학적 관점에서 본 신장이식
병리과 의사는 이식된 장기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신장이 이식되면, 그 기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나 면역 반응을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 현미경을 통해 세밀하게 조직을 분석합니다. 신장이식 후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이식된 신장이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거부 반응은 면역 시스템이 이식된 신장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하는 현상입니다. 이 과정에서 신장 조직의 변화나 손상 정도를 현미경으로 정확히 판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식된 신장의 조직을 분석할 때, 병리과 의사는 신장 세포의 변화, 염증, 혈관의 상태 등을 면밀히 살핍니다. 예를 들어, 거부 반응이 일어나면 신장 조직 내 염증이 증가하고, 혈관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식 후 신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 혹은 거부 반응이나 다른 합병증이 발생했는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병리학적 분석은 환자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장기이식의 의학적 의미
장기이식은 단순히 장기를 교체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식된 장기가 환자의 몸과 조화를 이루며 다시 생명 활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신장이식의 경우, 환자는 이전에는 투석에 의존해야 했던 상황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리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며, 그 중에서도 병리학적 분석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장기이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 그 환자에게는 단순히 ‘신장’ 하나만이 아닌, 다른 사람의 희생과 그 희생을 통해 다시 주어진 기회가 담겨 있습니다. 그 신장이 환자의 몸에 잘 적응하며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료진의 역할입니다.

기증자와 수혜자, 그리고 그들 사이의 연대
장기이식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증자와 그 가족의 결단입니다. 그들의 숭고한 결정이 신장이식으로 이어져 생명을 구하고, 또 다른 가족에게 희망을 줍니다. 그 희생과 나눔이 단지 신체적 생명 연장에 그치지 않고, 의료진의 진단과 치료, 환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도 연결됩니다. 은평성모병원의 ‘기억의 벽’처럼, 기증자의 삶과 그들이 남긴 나눔의 정신은 환자들에게도 큰 의미를 가집니다.

장기기증은 의학적으로도 중요한 진전을 이룬 분야지만, 그 정신적, 윤리적 의미 또한 크다는 것을 우리는 항상 되새겨야 합니다. 이식된 신장이 환자의 몸에서 잘 기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지 의학적 노력일 뿐만 아니라, 그 기증자가 남긴 생명 나눔의 정신을 이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이제 단순히 기증자가 아니라, 그 생명을 받아들인 환자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끝으로
장기이식은 단순히 의료적인 과정이 아니라, 생명의 연대와 희생의 상징입니다. 병리과 의사로서 신장이식 후 조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저는 그저 현미경 속의 세포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생명과 가족의 이야기를 보게 됩니다. 숭고한 기증자의 뜻을 되새기며 오늘도 이식된 장기가 잘 기능할 수 있도록,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팀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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