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 ‘김수환 추기경 기념’ 장기이식병원 공동기획]
장기 기증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여전히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실정입니다. 일선 현장의 의료진들이 경험한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장기 기증 인식률을 높이고, 이를 촉진하는 공동기획 시리즈 ‘오늘, 장기이식병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2회] 함께하는 동행의 시작, 장기이식 병동
황윤정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간호부 병동간호1팀 UM(Unit manager)
말기 장기부전 환자들과 함께하며 저는 오랜 시간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는 그들의 노력을 지켜보았습니다. 하지만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장기이식 병동을 담당하게 되면서 저의 경험과 시야는 크게 확장되었고,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뇌사 장기이식 진행됩니다.”라는 말이 들리면, 병동 간호사들의 하루는 긴장 속에서 시작됩니다. 새벽부터 응급실에서 대기하던 환자를 입원시키고, 수술실로 입실시키기까지의 시간은 보통 2~4시간 정도로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투약 및 검사가 누락되지 않도록 간호사들은 서로 이중 확인하며 일사불란하게 수술 준비를 마칩니다. 환자가 수술실로 떠날 때에는 “잘 다녀오세요.”라는 짧은 인사로 응원을 전하며 마음으로 그들의 회복을 기원합니다.
장기이식을 기다리며 긴장과 기대에 가득 찬 모습으로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들의 눈빛을 보면, 이 순간을 얼마나 간절히 기다려왔는지 느껴집니다.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눈물 머금은 첫인사를 건넸던 한 환자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환자들의 소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간호사들은 최선을 다해 수술 준비를 돕습니다. 환자들의 긴장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기 위해 저는 매일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수술 후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합니다.
수술의 결과는 좋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 과정을 견뎌낼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또 때로는 의료진으로서 환자들의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수술과 회복의 과정을 지나 환자가 퇴원하는 순간, 저는 “힘든 시간 잘 견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한편, 병동에서 수혜자에게 집중하고 있는 동안 또 다른 곳에서는 공여자를 위한 준비가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장기기증을 통한 생명 나눔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뇌사라는 어려운 과정을 거쳐 숭고한 생명 나눔을 실천하는 공여자는 그 순간 하늘의 별이 됩니다. 장기이식팀은 공여자의 마지막 수술길을 애도하는 의식을 준비하고 이 숭고한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병동 간호사들과 수술실 앞으로 모입니다. 중환자실에서 나오는 공여자를 보며, 하늘로 떠나는 여정이 평안하기를 기도하고, 뜨거운 박수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 순간 저는 가슴 한편이 뭉클해짐을 느끼며, 수혜자가 건강을 회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다짐합니다.
장기이식 병동에서 근무하며 저의 마음은 많이 변화했습니다. 장기이식은 더 이상 막연한 일이 아니라, 제 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소중한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생명을 나누는 것은 가장 숭고한 일이며, 나눔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선물이 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공여자와 수혜자 모두의 아름답고 소중한 인연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장기이식 병동은 앞으로도 이 여정에 함께할 것입니다.
장기이식은 누군가에게는 마지막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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